[데스크칼럼] 농협중앙회장이라는 무게
[데스크칼럼] 농협중앙회장이라는 무게
  • 박성은 생활유통부장
  • 승인 2024.01.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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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의 역사는 1907년 광주지방 금융조합 설립에서 비롯됐다. 이후 1957년 농업협동조합법, 농업은행법 제정에 이어 1961년 농협중앙회와 농업은행 통합으로 종합농협 형태의 농업협동조합이 창립했다. 2000년에는 농업, 축산업, 인삼업 등으로 분산됐던 중앙조직을 통합하면서 현재의 농협중앙회 모습을 갖추게 된다. 

농업·농촌 규모는 갈수록 줄고 있지만 농협의 위상은 여전하다. 농협 조합원 수는 206만여명에 이른다. 2022년 기준 국내 농가인구는 216만6000여명(한국농촌경제연구원 기준)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농가의 95%는 농협 조합원인 셈이다. 농가가 생산하는 쌀과 삼겹살, 딸기 등 농축산물 먹거리가 유통되는 곳곳에 농협의 영향력이 미칠 수밖에 없다. 또 농협에서 판매하는 먹거리는 ‘농민’, ‘토종’, ‘국산’이란 이미지가 연상되면서 왠지 더 믿음이 간다. 특히 식품안전성에 갈수록 예민해지는 요즘 농협에 대한 소비자 신뢰는 무시하기 힘들다. 

농협 간판은 비단 농업계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 전반으로도 존재감이 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대기업집단 순위에서 농협중앙회는 공정자산총액 71조원으로 10위에 자리매김했다. 계열회사 수는 54개에 이른다. 신세계, KT, CJ, 카카오, 네이버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보다 위다. 금융계에서 농협금융지주는 국내 5대 금융지주 중 하나로 꼽힌다. 

4년 임기의 제25대 농협중앙회장으로 강호동 경남 합천율곡농협 조합장이 당선됐다. 지난 24대 선거에 이어 재도전 끝에 농협중앙회장 타이틀을 따냈다. 특히 이번 선거는 2007년 이후 17년 만에 직선제로 진행됐다. 이전까지는 전국의 농·축협에서 대의원 자격이 있는 조합장에 한해 투표하는 간선제였다. 25대 선거에선 조합장 1111명이 모두 투표에 참여했다. ‘1조합장 1표’가 원칙이나 조합원 수 3000명 이상인 조합 141곳의 경우 2표를 부여 받는 ‘부가의결권’이 도입됐다. 그만큼 변수가 많은 선거였다. 강호동 당선자는 1차 투표 때 과반에 가까운 표를 얻었고 2차 결선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로 농협중앙회장 당선증을 받았다. 1987년 합천의 율곡농협 말단 직원으로 시작해 40여년 가까이 농업·농촌 현장에서 체득한 그의 다양한 경험과 이력이 농협중앙회장으로 당선된 가장 큰 자산이었을 것이다. 

강 당선자는 앞으로 농협중앙회장이란 타이틀을 갖고 4년간 농심(農心)을 대변해야 할, 정말 어려운 자리에서 활동해야 한다. 우리 농업·농촌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농경연에 따르면, 농가인구는 2022년 216만명에서 10여년 후인 2033년 174만명으로 40만명 이상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인구 중 농가인구 비율은 3% 남짓에 불과하다. 65세 이상 고령농 비율은 같은 기간 49.8%에서 56.2%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농촌소멸이 심화되는 추세다. 또 먹거리 근간인 쌀을 비롯한 식량작물 생산액은 10조2000억원에서 9조6000억원으로 주는 반면에 농식품 수입액은 408억달러에서 429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식량안보의 위기다. 이는 국가 경제 및 산업 전반으로 봐도 상당한 부담이 된다.  

많은 이들이 얘기하듯 농업은 국민의 생명창고다. 농협은 생명창고를 지키는 문지기다. 농협법 가장 첫 줄인 제1조에서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며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이 명시됐다. 농협 수장으로서 강호동 당선자의 행보 하나하나가 중요한 이유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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