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익의 AI라이프] 엔시티피케이션 시대
[안병익의 AI라이프] 엔시티피케이션 시대
  • 신아일보
  • 승인 2024.03.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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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신 안병익 대표
 

현재 페이스북 피드를 보면 페이스북 친구들 글이 1개에서 3개 나올 때마다 광고 글이 1개 이상 노출되고 있다. 페이스북 피드를 보면 친구들 글을 보는지 광고판을 보고 있는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이런 과다한 광고 노출은 사용자들에게 피로감을 주게 되고 이런 피로감이 누적되면 결국 플랫폼을 떠나는 요인이 된다.

올해 들어 대한민국의 페이스북 월간사용자수(MAU)는 1000만명 아래로 뚝 떨어졌다. 모바일인덱스에 발표에 따르면 페이스북 1월 MAU는 991만명으로 지난해 1월(1155만명)에 비해 164만명이나 줄었다. 페이스북 전성기인 2020년도(1487만명)와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이다. 미국에서도 페이스북 사용자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은 SNS 플랫폼들은 사용자들이 글과 사진을 공유하고 관계(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 사용자를 늘렸다. 사용자들은 플랫폼 안에서 형성된 관계 때문에 쉽사리 플랫폼을 떠나지 못했다. 플랫폼들은 사용자들의 트래픽과 데이터를 이용해 광고를 유치하고 광고주들은 광고 효과 덕에 플랫폼에 열광한다. 플랫폼들은 이익을 더욱 창출하기 위해 광고를 계속 늘려 나가고 있다. 사용자들은 SNS의 장점 때문에 그동안 광고를 참고 봤지만 광고가 점점 과해지면서 이제 속속 플랫폼을 떠나고 있다.

2000년대 말 등장해 모바일 시장을 대표하는 서비스로 발돋움했던 온라인 플랫폼들의 탈 플랫폼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본래의 콘텐츠보다 광고가 많아지거나 가짜뉴스 같은 스팸성 글들이 넘처나면서 인스타그램·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의 전체적인 품질이 기대에 못미쳐 사용자들이 점점 떠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런 탈 플랫폼화를 ‘엔시티피케이션(enshittification·열화(劣化))’라고 한다. ‘배설물’이란 의미의 ‘shit’를 써서 플랫폼이 쓰레기처럼 변질되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엔시티피케이션은 캐나다의 코리 닥터로가 2022년 만든 용어로 사용자에게 좋은 품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던 플랫폼이 수익 창출을 추구하면서 플랫폼의 품질이 급격하게 저하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말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대부분의 플랫폼이 인기를 끌다가 하락세로 접어드는 과정에는 엔시티피케이션이 있다고 했다. 엔시티피케이션은 미국 언어 학회가 선정한 ‘2023년 올해의 단어’중 하나다.

특히 ‘테무’, ‘쉬인’, 알리익스프레스’로 대표되는 중국의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이 플랫폼 엔시티피케이션을 가속화하고 있다.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하면서 ‘쩐(錢)의 전쟁’으로 세계 이커머스 시장을 무섭게 잠식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집행하는 천문학적인 광고비는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작년 미국 모바일 쇼핑앱 다운로드 1위는 테무가 차지했다. 뒤어어 쉬인은 안드로이드에선 2위, 아이폰에선 3위를 차지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태티스타에 의하면 작년 알리 익스프레스의 광고비는 약 1조6816억원, 쉬인은 약 1조355억원의 광고비를 쓴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이머커스 업체들의 광고비는 결국 플랫폼의 광고 단가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미디어굽타에 의하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의 광고 단가는 전년보다 24%가량 올랐다. 이런 막대한 광고 물량은 결국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의 엔시티피케이션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한편 월간 사용자수 약 350만명에 이르는 국내 대표 맛집서비스 ‘식신’은 광고성 없는 ‘찐 맛집’서비스를 제공해 인기가 많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맛집을 찾기 위해 주로 포털사이트를 먼저 찾는다. 검색창에서 지역을 넣어 ‘OO동 맛집’ 등으로 검색을 하는데, 온라인 정보 중에서 마케팅을 목적으로 한 ‘광고성 후기’와 실제 식당을 방문한 후 작성한 ‘리얼 후기’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사용자의 리얼 후기를 기반으로한 식신은 ‘진짜배기 맛집’을 찾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해소해주면서 크게 성장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돈을 내지 않으면 원하지 않던 광고와 불필요한 정보를 받는 것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 최근에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스팸사이트도 가세하면서 플랫폼의 피로도를 크게 증가시키고 있다. 플랫폼의 숏폼뿐만 아니라 뉴스도 사용자를 어뷰징하는 상황에서 생성형 AI는 앞으로 대량의 스팸성 콘텐츠를 마구 찍어 낼 것이다. 

플랫폼 엔시티피케이션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플랫폼들은 사용자가 원하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지금부터라도 그 가치를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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