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보험사가 출범 이후 만성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보험사는 현행 보험업법상 전체 계약 건수나 수입보험료에서 90% 이상을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에서 모집하는 '통신 판매 전문 보험회사'를 말한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은행권 인터넷전문은행과 비슷한 형태다.
디지털보험사는 진일보한 디지털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상품,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통해 노후화된 보험시장에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어낸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은행권이 인터넷은행이라는 메기 등장으로 변화했듯 보험업계도 비슷한 경로를 밟도록 하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출범한지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디지털보험사 성장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국내에 있는 5개(신한EZ손해보험·교보라이프플래닛·카카오페이손해보험·캐롯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 디지털보험사 가운데 아직 한 곳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인터넷은행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카카오뱅크는 2017년 출범 당시 1045억원 적자를 냈으나, 2년 만인 2019년 당기순이익 137억원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후발주자인 토스뱅크도 2021년 출범 후 2년 만인 지난해 첫 분기 흑자를 냈고, 올해는 연간 흑자전환을 노리고 있다.
반면 디지털보험사는 아직 볕들 날이 보이지 않는다.
국내 첫 디지털보험사 교보라이프플래닛은 교보생명이 일본 온라인 전문 생보사 라이프넷생명과 합작해 2013년 설립했지만, 출범 이후 10년간 매년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2019년 출범에 국내 첫 ‘디지털 손해보험사’ 타이틀을 내건 캐롯손해보험도 4년이 넘도록 흑자 전환 기미를 보이지 못하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해는 다른 일반 보험사 대다수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정도로 업계 호황이었음에도, 디지털보험사들은 되레 수백억원대 손실을 냈다. 지난해 5개 디지털 보험사 순손실액은 2310억원으로, 1801억원 손실을 봤던 전년보다 적자 폭이 489억원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보험 상품이 가진 특성 탓에 비대면 영업 확대가 늦어진다고 설명했다.
은행은 예·적금과 대출 등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가 비교적 명확해 비대면 업무 활성화가 비교적 쉬웠다. 반면 보험은 상품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상품별로 보장되는 내용도 복잡해, 가입 시 설계사들의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가 잦다.
이 때문에 디지털보험사는 상품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고 수익성이 낮은 소액단기보험(미니보험) 위주로 개발‧판매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보험사는 보험사업뿐 아니라 보험료를 전략적으로 운용하는 투자사업을 통해서도 수익을 창출하는데, 미니보험은 보험 기간이 짧아 자산 운용상 어려움이 있고 보험료가 낮은 만큼 이익 창출과 손해율 관리가 어렵다.
이에 디지털보험사들은 최근 들어서는 전략을 수정해 건강보험, 암보험과 같은 장기보험 판매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과연 디지털보험사가 보험시장 저변을 다지고 업계에 혁신을 불러오는 ‘메기’ 역할을 수행할 날이 올지는 지켜볼 일이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