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발에 오줌 누기. 총선을 끝낸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민생회복 지원금’ 논쟁을 바라보며 든 생각이다.
민생회복 지원금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10 총선에서 내건 공약이다. 이번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이 대표는 전 국민에게 25만원의 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해달라고 윤석열 정부를 향해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이는 민간에 직접 돈을 지급하는 형태의 경기부양책으로 ‘헬리콥터 머니’로도 불린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가 1969년 논문 ‘최적화폐수량(The Optimum Quantity of Money)’에서 “경제위기가 닥치면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이 사람들에게 돈을 줘야 한다”고 언급한 탓이다. 즉 소득이 낮은 이들에게 직접 돈을 지급해 위축된 수요를 늘리고 경제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여론은 부정적이다. 13조원이란 막대한 추가재원을 투입하는 것에 비해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지급한 재난지원금으로 누린 소비 증대 효과는 0.26~0.36배에 불과했다. 지원금이 1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26~36만원만 추가 소비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무분별한 민생지원금 지급으로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은 다양하다. 우선 화폐가치 하락으로 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생활비 부담이 늘어나 실 소비력은 저하될 수 있다. 또 금융기관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이자율을 인상하면 서민들의 가계대출상환 부담도 커지게 된다.
재정부담도 만만치 않다. 민생지원금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2023회계년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는 1126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전년대비 1%p(포인트) 증가한 50.4%로 사상 처음 50%를 넘겼다. 특히 올해는 세수결손이 예상되고 있다. 매년 수조원대를 법인세로 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적자 기업은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빚내서 잔치하고 모든 짐은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셈이다.
물론 곳간을 무조건 닫는 게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파이를 더 키울 수 있는 곳에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국민들이 더 높은 임금을 받으며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기업을 키워야 한다. 글로벌 보호무역, 자국 우선주의 확산 기조에 맞서 국가 전략산업도 육성해야 한다. 저출산율 문제 해결과 고갈이 다가오는 국민연금 개혁도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