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떼어놓고는 이달 3일부터 6일(현지시각)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바이오USA에 참가한 국가기관들과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 모두 ‘생물보안법’ 발의가 촉매제가 된 ‘바이오 안보’의 중요성을 수없이 외쳤기 때문이다.
‘생물보안법’은 쉽게 말해 미국에서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법안이다. 미국 상원·하원 위원회는 글로벌 톱(Top)3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우시(Wuxi) 등 중국 바이오 기업을 우려 기업으로 적시한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연내 본회의에서 의결되고 대통령 서명까지 받게 되면 명단에 오른 중국 바이오 기업들은 2032년부터 미국에서 신규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중국 바이오 기업들은 이런 미국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올해 바이오USA에 나타나지 않았다. 우시그룹 자회사인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매출의 55%가 북미시장에서 발생하는 만큼 수년간 바이오USA에 참가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명당자리까지 꿰찼음에도 불참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생물보안법 시행이 글로벌 진출·확장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바이오USA를 비롯한 현장에서는 중국 바이오 기업들을 대체하려는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의 문의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생물보안법이 최종 통과하더라도 실제 적용하기까지 수년이 남았으나 미리 파트너사의 생산파이를 확보해놔야 해서다. 실제 바이오USA에 현장에서 만난 한 국내 바이오 기업 대표는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이 생물보안법 시행에 대비해 빠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CDMO 파트너사 변경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후지필름 등 일본 바이오 기업들이 일본 정부 지원 아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바이오를 안보 문제로 접근해야 하며 우리도 정부 차원의 획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올해 바이오USA에 첨단바이오비서관과 국가안보실 제3차장 등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방문해 업계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은 맥락인 셈이다.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그간 정부는 차세대 반도체로 바이오를 꼽으며 육성 의지를 내비쳤다. 정부가 진정 바이오를 국가 경제를 이끌어갈 핵심 산업으로 생각한다면 이번 생물보안법 이슈처럼 정부의 확실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때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 대통령실에서 이번 바이오USA에 참관한 것이 그동안처럼 보여주기 식의 행정으로 끝나지 않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