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깔아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매일 수차례 ‘푸쉬 알림’이 울린다. 이중에는 네이버, 쿠팡, SSG닷컴, 컬리 등 이커머스 앱들이 많다. 주로 특가와 같은 프로모션 알림들이다. 정말 귀신 같이 화장지나 샴푸가 떨어질 때쯤이나 장바구니에 넣어둔 옷들이 값싸게 나왔다고 알려주면 내 안의 ‘지름신’을 강림케 한다. 이들이 강조하는 ‘빅데이터’, ‘AI(인공지능)’의 힘인가 보다. 더욱이 배송은 너무나 빠르고 반품도 참 쉽다. 어쩌면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가 이커머스 시장 성장에 크게 기여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네이버, 쿠팡 등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나름 쏠쏠하게 쌓이는 적립금 보는 재미도 있다. 쌓인 적립금은 또 쇼핑을 하게 만든다. 우스갯소리로 또 다른 ‘순환경제’ 일지도 모르겠다.
마트나 시장에서 먹거리와 생필품 등을 장보는 사람들은 계속 줄고 있지만 이커머스로 ‘온라인 장보기’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일상의 비대면’, ‘디지털 전환’에 크게 기여한 코로나19 이후 이커머스의 급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018년 113조3140억원에서 지난해 228조8610억원으로 5년 새 102% 성장했다. 특히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37조에서 코로나가 한창인 2021년 190조로 2년 새 40%가량 규모가 확대됐다.
비단 우리만 이런 성장세를 보인 건 아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018년 2조9000억달러(약 4024조원)에서 작년 5조8000억달러(8049조원)으로 두 배가량 커졌다. 특히 이른바 ‘C커머스’로 불리는 중국 이커머스 성장세는 상당히 가팔랐다. 징동닷컴, 알리바바, 테무 모기업인 핀둬둬 등 중국 C커머스 3대장의 최근 5년간 매출 성장률(CAGR) 평균치는 연간 41%에 달한다. 같은 기간 글로벌 전체 시장 평균치의 3배에 가깝다. 또 작년 기준 글로벌 이커머스 매출 톱(Top)5를 보면 1위 아마존과 5위 쿠팡을 제외한 2~4위가 C커머스 3대장이다.
C커머스는 극강의 초저가를 앞세워 국내 이커머스 판을 흔들고 있다. 품질 불량 등 이슈가 끊이지 않음에도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한 구매액은 약 3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21% 급증했다. 그간 한국인의 최대 이커머스 구매 플랫폼은 아마존 등 미국이었지만 작년에 처음으로 중국이 미국(약 1조9000억원)을 크게 앞질렀다.
코로나로 호황을 맞았던 토종 이커머스들은 이제 C커머스라는 경쟁 상대와 맞닥뜨리게 됐다. 알리와 테무에 ‘중국판 저가 유니클로’로 불리는 쉬인도 국내 진출을 본격화했다. C커머스 공습에 쿠팡의 올 1분기 수익성은 반토막 났다. SSG닷컴·G마켓 중심으로 충성고객을 모으려고 했던 신세계의 유료멤버십 ‘유니버스 클럽’은 확실한 한 방이 아닌 느낌이다. 결국 SSG닷컴, G마켓 수장은 교체됐다.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했던 마켓컬리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으로 수정했다. 롯데온은 수천억 적자에 2020년 출범 이후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11번가 역시 적자 누적에 따른 비용 절감을 위해 본사를 서울역 인근 노른자 땅에서 경기 광명으로 옮겼다.
C커머스는 마치 과거 중공군의 인해전술처럼 ‘초저가’로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토종 이커머스들의 진짜 경쟁력은 이제부터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 갈지가 국내 이커머스 판의 미래가 달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