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가 시행됐다. 최근 집값이 급등세를 보인 서울 등 수도권 가산금리(스트레스금리)는 지방에 비해 더 늘었다.
이로 인해 수도권에 거주하는 연 소득 6000만원인 사람이 은행권에서 30년 만기, 연 4.0% 이자율(변동금리)로 빌릴 수 있는 한도는 3억6400만원으로 기존 4억원 대비 3600만원 줄어들게 된다.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 이슈, 전셋값 상승 등으로 매수 심리가 불붙은 상황에서 대출 한도를 소폭 축소하는 것만으로는 현재 불장인 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미 예견돼 있던 규제인 만큼 가격 상승 폭을 소폭 줄일 순 있어도 흐름 자체를 바꾸진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당초 스트레스 DSR 2단계는 올해 7월부터 적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행을 며칠 앞두고 정부가 갑작스레 도입을 연기했다. 이를 두고 최근 서울 아파트값 급등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줘 대출 급증을 불러왔다는 거다.
이후 대출 한도가 줄어들기 전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급증했고 이는 서울 아파트값 급등으로 이어졌다. 7월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7조1660억원 증가해 지난 2021년 4월 9조2266억원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가파른 가격 상승세에 놀란 정부는 8·8 부동산 대책을 꺼냈다. 12년 만의 그린벨트 해제 등이 포함된 대규모 공급 방안에도 시장은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실제 체감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공급 정책은 단기에 효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대출 규제 등 수요대책은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대출 금리에 영향을 주는 기준금리도 앞으로 내릴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며 기준금리 동결에 나서자 대통령실은 '내수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기준금리 인하를 바라고 있다.
다가올 기준금리 인하와 현재 시장 상황으로 볼 때 스트레스 DSR 2단계만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인한 가계대출 부실화를 막긴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건 명확한 말과 행동이 주는 시그널이다. 7월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 연기처럼 말과 행동이 어긋나면 정부가 주고자 하는 시그널은 모호해진다. 시장 안정화를 위한 말은 이미 많이, 또 자주 했다. 이젠 걸맞은 행동이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