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의 이혼 소재 드라마 ‘굿파트너’가 최고시청률 17%를 넘기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예능TV 프로그램에서도 이혼 주제 콘텐츠가 시청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정서가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참고 살아야 한다는 것도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 됐다.
그러나 대한민국 인식은 여전히 가정을 지키려는 조강지처, 내조의 여왕, 사회의 약자 여성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분위기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활용, 여론을 등에 업고 지극히 개인적인 이혼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도 한다.
최근 드라마 ‘굿파트너’ 못지않게 현실세계에선 재계 오너가의 이혼소송이 큰 관심사다. 바로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현실에선 주인공이다.
지난 5월30일 두 사람의 이혼소송 2심 선고공판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3800억원,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물론 최 회장은 불복했고 이혼소송은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이에 양측은 법조계 별들의 전쟁으로 불릴 만큼의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리며 대응에 나섰다. 최 회장 측은 대법원장 후보로 올랐던 홍승면 변호사를 추가 선임했다. 노 관장 측은 감사원장과 국회의원을 지낸 최재형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그런데 현 조희대 대법원장이 최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동기다. 게다가 최 변호사가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2021년 대법관 퇴임 후 교수로 지내던 조 대법원장으로부터 100만원을 후원 받았다.
3심인 대법원이 2심 재판부의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게 된다면 최 회장 개인뿐 아니라 재계 2위 SK그룹 마저 위험에 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그룹은 고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이미 재계서열 5위에 올랐던 그룹이다. 이후 최태원 회장이 2010년대 들어 SK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급성장했고 2022년 2위까지 올랐다.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산업을 이끌고 있을 뿐 아니라 미래 경제 핵심인 배터리산업에도 엄청난 투자를 진행 중이다. 현재의 핵심산업 반도체와 미래의 핵심산업이 될 배터리를 큰 투자로 이끌고 있는 기업은 삼성을 제외하면 SK 뿐이다. 이는 최태원 회장만이 할 수 있었던 경영적 판단으로 SK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노 관장의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이 SK그룹 성장에 어마한 기여를 했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은 다시 한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노 관장 측의 주장과 재판부의 2심 판단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흘러갔다고 봤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더라도 ‘불법 비자금’일 수도 있는 돈을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 이미 국회에선 ‘노태우 비자금 몰수법’을 발의한 상태다.
최 회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 메모의 진위’와 ‘SK 경영방폐막 역할 논란’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진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안타까울 뿐이다. 개인적 이혼 문제가 가사노동 기여도를 넘어 기업성장 기여도까지 끌고 들어왔다는 점에서다.
드라마 ‘굿파트너’가 최대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은 이제 ‘이혼’도 성숙하게 이뤄질 때가 됐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생활 깊숙이 들어온 ‘이혼’. 소송 중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볼 때다. 최태원 동거인 김희영씨는 최근 노 관장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위자료 20억원을 바로 보냈다. 물론 도의적으로 다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이혼 소송’면에선 가장 성숙한 이별이다. 이제 성숙한 이별을 준비할 노 관장 차례다. 한 칼럼 글귀에서 본 “사랑할 때 보다 이별할 때 품격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 자꾸 떠오른다.
[신아일보] 송창범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