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종료 앞둔 롯데웰푸드 이창엽, 임원인사 생존할까
임기 종료 앞둔 롯데웰푸드 이창엽, 임원인사 생존할까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4.10.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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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첫 '외부 수혈' 상징…합병 시너지 및 브랜딩·글로벌 확장 '막중'
헬스&웰니스 투자 4조 클럽 입성, 수익성↑…간편식 사업은 '글쎄'
지난해 12월 1억불 수출탑 수상을 기념해 롯데웰푸드 이창엽 대표(앞줄 가운데)와 글로벌 영업부문 임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롯데웰푸드]
지난해 12월 1억불 수출탑 수상을 기념해 롯데웰푸드 이창엽 대표(앞줄 가운데)와 글로벌 영업부문 임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롯데웰푸드]

롯데웰푸드가 이창엽 대표 체제에서 미래 동력 ‘헬스&웰니스(Health & Wellness)’의 공격적인 투자로 하나둘 성과를 내면서 ‘외부 수혈’에 따른 우려를 떨쳐내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신동빈 그룹 회장이 아프리카, 유럽 등지로 현장경영을 통해 제과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인사가 다가오는 가운데 이창엽 대표는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선 그간의 성과와 함께 신 회장의 행보가 이 대표의 재신임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지 꽤 흥미롭게 보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창엽 대표이사 부사장은 지난 2022년 말 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롯데웰푸드(당시 롯데제과) 수장을 맡게 됐다. 대표이사로는 창사 첫 외부 영입이다. 이 대표는 직전 LG생활건강 부사장, 한국코카콜라 대표이사 등을 맡으며 다양한 소비재 사업 경력을 쌓은 전문가로 이름이 높았다. 그룹은 이 대표가 합병 이후 롯데웰푸드의 브랜딩 및 글로벌 경쟁력 제고 등으로 회사 전반의 혁신을 꾀하길 기대했다. 그만큼 이 대표의 책임감은 막중했다.  

◇신성장동력 무설탕·무당류 '제로' 안착 
CEO(최고경영자)는 실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합병 이후 롯데웰푸드의 작년 매출액(연결기준)은 4조664억원, 영업이익은 1770억원을 기록했다. 첫 ‘4조 클럽’ 입성과 함께 영업이익은 57.5% 늘었다. 올 상반기 기준 매출액은 1조9952억원, 영업이익은 1006억원이다. 매출은 0.2%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50%가량 늘면서 합격점을 받았다. 매출의 경우 국내사업이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부진 영향을 받았지만 카자흐스탄 등 해외사업이 성장을 지속한 덕분에 감소 폭을 최소화했다. 그룹이 기대하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면에서 일정 부분 경영능력을 입증한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헬스&웰니스(H&W) 사업이다. 롯데웰푸드는 무설탕·무당류 브랜드 ‘제로(ZERO)’를 앞세워 스낵부터 아이스크림, 요거트까지 건과·빙과·유가공 구분 없이 20여종에 가까운 제품을 빠르게 다각화했다. 최근에는 국내 제과업계 최초로 당류가 없는 초코파이를 내놓았다.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 덕분에 롯데웰푸드는 작년에 제로 브랜드로 4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얻었다. 올해 목표치는 500억원. 올 들어 7월까지 50%의 신장률을 보였다. 

롯데웰푸드 측은 “작년 국내 매출에서 H&W 비중은 9%였고 올해는 10% 이상을 예상한다”며 “2028년까지 20% 이상 달성하면서 해외시장 진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빼뻬로' 힘 실어주는 신동빈 회장
롯데웰푸드는 합병의 명분으로 ‘글로벌 종합식품사(社)’로서의 도약을 내세웠다. 이 대표 역시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올해 사업방향에 대해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을 지향하며 다양한 미래 성장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글로벌 사업 총대는 ‘빼빼로’가 매고 있다. 약 13㎝ 길이의 초코 막대과자는 국내외에서 2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해외 50여개국으로 판로를 넓혔고 수출액은 약 540억원이다. 올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보다 30% 늘린 325억원어치의 수출로 같은 기간 국내 매출액(315억원)을 뛰어 넘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폴란드에서 ‘원롯데 식품사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한·일 롯데 식품사가 협력해 빼빼로를 연매출 1조원의 메가 브랜드로 육성하라는 주문을 했다. 신 회장은 또 초콜릿 주원료인 카카오 수급 점검 차원에서 아프리카 가나를 찾았다. 그의 이 같은 행보는 롯데그룹 모태인 롯데웰푸드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신 회장의 제과사업 현장경영에는 이 대표가 동행했다. 

이 대표는 빼빼로의 글로벌화(化)를 위해 인도에 첫 생산기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약 330억원을 투자해 이르면 내년 중반 빼빼로 생산 가동을 목표로 한다. 또 K팝 그룹 ‘뉴진스’를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앰배서더로 기용했다. 북미시장을 겨냥해 현지 유명 인플루언서도 활용한다. 여기에 빼빼로 소비가 가장 집중되는 빼빼로데이(11월11일)에 맞춰 해외 마케팅 대상국을 지난해 13개국에서 올해 15개국으로 확대했다. 이 대표 입장에선 신 회장의 측면 지원까지 감안하면 올해는 해외에서의 빼빼로 성과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지난 8일(현지시간) 아프리카 가나 수훔 카카오농장에서 열린 묘목 기증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 이영구 롯데식품군 총괄대표(왼쪽 세번째), 이창엽 롯데월푸드 대표(왼쪽 첫번째)가 현지 카카오 보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롯데]
지난 8일(현지시간) 아프리카 가나 수훔 카카오농장에서 열린 묘목 기증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 이영구 롯데식품군 총괄대표(왼쪽 세번째), 이창엽 롯데월푸드 대표(왼쪽 첫번째)가 현지 카카오 보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롯데]
이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3대 식품박람회 중 하나로 꼽히는 '시알 파리 2024' 박람회에서 소개된 빼빼로, 제로 등 롯데웰푸드 브랜드들. [사진=롯데웰푸드]
이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3대 식품박람회 중 하나로 꼽히는 '시알 파리 2024' 박람회에서 소개된 빼빼로, 제로 등 롯데웰푸드 브랜드들. [사진=롯데웰푸드]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최근 K팝, K푸드와 함께 해외에서 한국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면서 빼빼로가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빼빼로데이 문화도 적극 알려 전 세계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흡수한 롯데푸드 핵심사업은 '정체'
과제도 있다. 빼빼로·제로 등 건과 경쟁력과 존재감은 더욱 높아졌으나 피인수기업인 롯데푸드의 간편식(HMR)을 비롯한 핵심사업은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못한 모습이다. 종합식품사로 가기 위해선 간편식 사업 등의 외형과 경쟁력이 중요하다. 롯데웰푸드의 올 상반기 간편식 매출은 1351억원으로 전년 동기(1345억원)와 별 차이가 없다. 같은 기간 건과 매출은 5.1% 늘어난 5425억원과 대비된다. 작년 HMR 사업 매출은 2734억원으로 CJ제일제당의 ‘햇반’ 단일 브랜드(8503억원)에 크게 못 미친다. 또 올 상반기 육가공·유지·유제품(파스퇴르) 합산 매출은 4338억원인데 작년 동기(4518억원)보다 4%가량 줄었다.

롯데웰푸드는 합병 당시 “롯데푸드가 50여년에 걸친 롯데제과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DNA를 흡수해 최근 성장하는 HMR 사업 등에 적용하면 날개 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으나 현실은 썩 그렇지 못한 것이다.

롯데웰푸드는 이달 초 헬스&웰니스 콘셉트의 저칼로리 간편식 브랜드 ‘식사이론(Theory of SICSA)’을 선보였다. 제로 브랜드로 얻은 성과를 간편식 시장에서도 적용해보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롯데웰푸드는 최근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하며 2028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글로벌 비중을 35%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작년 기준 글로벌 비중은 전체의 24.0%였다. 또 고부가가치 제품력 강화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8~10%로 달성하는 한편 평균 주주환원율을 35%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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