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년간 거주하던 전셋집을 떠나 새집을 마련했다. 장고 끝에 계약 연장보다는 매매로 결정을 내리고 대출을 알아보던 중 '신혼부부 내 집 마련 디딤돌대출'을 접했고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에 2%대 금리가 적용된다는 장점을 알게 됐다.
돌려받을 전세보증금 중 대출을 갚으면 남은 현금이 부족했지만 디딤돌대출 한도가 넉넉해 나머지 금액 전부를 조달했다. 주변에서 디딤돌대출로 집을 샀다고 하면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이런 디딤돌대출 한도가 다음 달 2일부터 축소된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아파트에 한정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 배경은 '주택시장과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한정된 기금 재원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한정된 재원 안에서 디딤돌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실수요자와 시장 상황을 반영해 예측 가능한 맞춤형 관리를 추진하는 게 목적이다.
디딤돌대출은 주택기금을 재원으로 활용하는 만큼 한정된 재원의 지속 가능성 제고라는 정부의 대출 축소 배경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중 '집'과 관련한 대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 대출을 조여 부실 차주를 줄일 필요성도 있다. 상승 폭은 꺾이고 있지만 서울 아파트값이 여전히 오름세를 유지 중인 만큼 수요를 억제해 가격을 안정화하려는 의지도 엿볼 수 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정말로 집을 필요로 하는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7월 이사할 때도 사실 금리보다는 대출 한도가 더 걱정됐다. 대출 이자는 덜 쓰고 아끼면 갚을 수야 있겠지만 대출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는다면 아예 구매 자체가 어려워진다. 대출 확정 전 친한 지인과의 술자리에서 "차라리 금리가 높은 건 상관이 없지만 대출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는다면 아예 살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를 표한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물론 수요자가 처한 여건이나 능력 등을 고려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대출을 원하는 만큼 해준다면 부실 대출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점은 분명하다. 한정된 기금에서 이뤄지는 대출을 관리해 더 많은 수요자에게 자금을 풀고 기금 대출에 대한 지속성을 유지할 필요도 있다.
그럼에도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에게 적정한 수준의 대출은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국토부가 수도권 아파트 디딤돌대출 한도를 줄이면서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 상품 한도를 손보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계부채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면서 동시에 무주택 서민에게 적절한 주거 사다리를 놓는 정책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