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주요 재계 사장단이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에 반발해 공동대응에 나섰다. 한국경제 재도약에 힘쓰겠다며 개정안 논의를 중단해달라는 취지다.
한국경제인협회와 주요기업 사장 16명은 21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최근 우리경제는 성장동력이 약화되면서 저성장이 조속되고 있고 경제의 주춧돌이 돼왔던 수출마저 주력업종 경쟁력 약화,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향후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며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성장동력을 되살리기 위해 기업들이 먼저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자리는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상법개정안에 반발해 마련됐다. 이 개정안엔 이사의 충실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토록 하는 조항이 담겼다. 또 대규모 상장회사의 이사 선임에 집중투표제 도입,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라소 변경해 의사결정 공정성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사장단은 성명을 통해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은 소송 남발과 해외투기 자본의 공격으로 이사회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어렵게 하고 신성장 동력 발굴을 저해함으로써 기업과 국내 증시의 밸류다운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관련법안 논의 중단을 요구했다.
또 “기업 경영 합리화를 위한 사업 재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소수주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정비는 필요하다”며 “다만 상법 개정은 기업경영 전반에 상당한 차질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자본시장법 개정 등 다른 방식의 접근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에겐 “경제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AI, 반도체, 배터리, 모빌리티, 바이오, 에너지, 산업용 소재 등의 분야에 힘을 더해달라”며 “보호무역주의 분위기 속에서 각국이 첨단산업 지원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지원을 서둘러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장단은 자신들의 노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들은 “현재 같은 어려움이 지속될 경우 국내 경제는 헤어나기 힘든 늪에 빠질 수 있다”며 “경제계가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신사업 발굴과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신시장 개척과 기술혁신으로 수출 경쟁력을 제고하고 중소기업 기술지원, 국내 수요 촉진 등 민생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 내수 활성화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혁신을 통한 기업성장성 개선, 주주가치 제고와 소통 강화로 한국증시의 매력도를 높이겠다”라며, 국내 증시의 활력 부여 의지도 피력했다.
이날 성명발표엔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을 비롯해 박승희 삼성 사장, 이형희 SK 위원장, 김동욱 현대차 부사장, 차동석 LG 사장, 이동우 롯데 부회장, 신현우 한화 사장, 류근찬 HD현대 전무, 홍순기 GS 사장, 허민회 CJ 사장, 문홍성 두산 사장, 김규영 효성 부회장, 안병덕 코오롱 부회장, 엄태웅 삼양 사장, 이민석 영원무역 사장, 박우동 풍산 부회장, 김동찬 삼양라운드스퀘어 대표 등 16개 그룹 사장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