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후폭풍…유통가 '사재기' 속 소비심리 위축 '우려'
계엄령 후폭풍…유통가 '사재기' 속 소비심리 위축 '우려'
  • 박성은·김소희·정지은 기자
  • 승인 2024.12.04 14: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기 인식 탓에 편의점·이커머스 중심 통조림·라면·생수 판매 급증
신세계 등 유통대기업 긴급회의…배민 재택 전환, 교촌 행사 연기
온·오프 유통채널 연말 공격적 프로모션, 정치 리스크 악영향 걱정
환율급등 强달러 지속 시 수입 원부자재 비용 부담 가중 배제 못해
계엄 직후 편의점을 중심으로 라면 등 비상식량 판매가 급증했다. 단,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사진=김소희 기자]
계엄 직후 편의점을 중심으로 라면 등 비상식량 판매가 급증했다. 단,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사진=김소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기습적인 ‘비상계엄령’ 발표부터 국회의 해제 결의안 가결, 다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해제 선언까지 약 ‘6시간의 악몽’이 사회·경제·산업 등 전방위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유통업계는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분위기지만 계엄 발표 직후 편의점을 중심으로 통조림, 라면 등 일부 사재기 움직임이 포착됐다. 일부 기업들은 재택근무로 전환하거나 준비했던 행사를 취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온·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은 고물가 기조로 얼어붙은 소비 진작을 위해 연말 프로모션을 공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는데 정치적인 리스크로 행여나 소비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는 모습이다. 식품업계에선 계엄 후폭풍에 따른 환율 급등으로 강(强)달러 기조가 지속될 시 수입 원자재 비용 부담이 커지는 건 아닌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비상식량' 비축 움직임
4일 편의점 및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전날 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통조림, 라면, 생수, 즉석밥 등 생필품 판매가 급증했다. 44년 만의 계엄령 발표라는 위기 때문에 비상식량 등을 비축하려는 소비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편의점 A사에 따르면, 3일 밤 11~12시 상품 카테고리별 매출신장률은 2일 동시간과 비교해 통조림 75.9%, 햇반 38.2%, 생수 37.4%, 라면 28.1%, 건전지 25.7%, 식재료 23.8%, 주류 15.2%, 시리얼 14.1%, 빵 12.5% 늘었다.    

편의점 B사도 동시간대 생수 40%, 가공미반(햇반 등) 70%, 라면 50%, 주류 30%, 전기용품(멀티탭 등)  20%, 여행용품 20% 판매가 급증했다. 편의점 C사 역시 전주 같은 요일 및 시간대와 비교해 전 점포에서 통조림 337.3%, 봉지면 253.8%, 생수 141.0%, 즉석밥 128.6%, 건전지 40.6%, 안전상비의약품 39.5% 증가했다.

편의점업계 한 관계자는 “계엄령 발표 직후 주택가 편의점 중심으로 생필품 구매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다”며 “특히 50~60대 연령대 고객 수요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채널에서도 즉석밥, 라면 등 생필품 검색량과 판매량이 늘었다. 실제 홈플러스 온라인에서는 관련 상품 검색량이 늘었다. 11번가는 라면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고 즉석밥 판매량이 소폭 늘었다. 

다만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대형 오프라인 채널은 계엄 선포 직후 문을 닫은 상황이라 사재기와 같은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매출 높은 연말, 찬물 끼얹는 건 아닌지 걱정
롯데·신세계·CJ 등 유통대기업들은 계엄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통업계에서 롯데에 이어 두 번째로 순위가 높은 재계 11위 신세계는 그룹 차원에서 오늘(4일) 아침 긴급 점검회의를 소집했다. 계열사 신세계백화점은 계엄령에 영업본부 임원 임시회의를 소집했다가 해제되면서 해당 회의를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느 유통 대기업 관계자는 “별다른 움직임이나 분위기는 딱히 없다”면서도 “임원 등 책임자급 간부들 사이에선 트럼프 재집권, 러시아-우크라 및 중동 전쟁, 고물가 등 가뜩이나 대내외에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계엄 이슈까지 생기니 너무 혼란스럽다는 말들이 많다”고 전했다.

일부 기업들은 재택근무로 전환하거나 준비한 행사를 취소하는 경우들도 있었다. 국내 배달시장 1위 ‘배달의민족’의 경우 근무지 자율선택제를 시행 중인데 계엄령이 선포되자 직원들에게 재택을 권고했다.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은 경북 영양에 위치한 자체 양조장 4일 ‘발효공방1991’ 미디어 간담회를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계엄 발표 직후 “계엄사령부 포고령 3항에 따라 진행 예정이었던 ‘막걸리토크’ 행사는 부득이 연기한다”며 행사 취소 문자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온·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은 연말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소비 진작에 나서고 있는데 계엄 리스크로 자칫 소비심리가 더 위축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직전인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7로 전월보다 1.0포인트(p) 하락했다.   

유통채널 한 관계자는 “(계엄 리스크로) 당장 체감되는 건 없다”면서도 “연말 분위기에 찬물을 끼칠 수 있다는 내부 우려가 있는 건 맞는 만큼 상황을 살펴보며 변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연말에 매출이 제일 높다”며 “계엄이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전했다.

◇원·달러 환율 최대 1440원대 '비상'
계엄 리스크가 지금의 강달러 기조에 부채질한다면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수입 원·부자재 비용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도 배제 힐 수 없다. 원·달러 환율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때 1420원대에서 국회 폐쇄 1440원대로 치솟다가 국회 해제요구안 가결 때 1410원대, 윤 대통령 무응답 1430원대, 비상계엄 해제 1410원대로 이른바 ‘롤러코스터’를 탔다. 

4일 오전 환율 및 증시 현장. [사진=연합뉴스]
4일 오전 환율 및 증시 현장. [사진=연합뉴스]

강달러 기조가 지속되면 수입 원부자재 비용 부담은 물론 장바구니 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식품업계는 일단 당장의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지만 향후 상황은 장담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원재료를 보통 6개월~1년 전에 미리 사두기 때문에 당장은 영향은 없을 것 같다”면서도 “계엄령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물론 영향을 받겠지만 지금 주식시장 상황으로 봤을 때는 점점 안정세를 찾아가는 것 같아서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