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영업익 6조5000억…시장 전망 7조후반대 대비 1조 낮아
삼성전자가 2년 만에 연매출 300조 클럽에 복귀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회복 덕분이다. 하지만 전사 영업이익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적자지속과 악화된 시장 환경 탓에 기대치를 밑돌았다.
삼성전자는 8일 ‘2024년도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연결기준 매출 300조800억원, 영업이익 32조73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은 15.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배 가량(398.2%) 늘었다.
실적호조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회복세 덕분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한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2023년 마이너스(-)14조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1조9100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분기 6조4500억원을 올리며 전사 실적회복을 견인했다.
다만 연간으로 본 삼성전자의 전사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 이하였다. 증권가는 당초 삼성전자가 지난해 4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DS부문 성적이 기대치를 밑돌며 실적 부진을 보였다.
지난해 3분기 DS부문 영업이익은 전 분기대비 40.1% 줄어든 3조8600억원으로 증권사 컨센서스(예상치)인 5조원 대에 턱없이 못 미쳤다. 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3E) 제품의 엔비디아 납품 지연과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부진, 내부 인재를 붙잡기 위한 비용부담 영향으로 해석됐다. 3분기 DS부문 내 메모리사업은 7조원대 흑자를 올렸지만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 영업손실은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4분기도 부진했다. 삼성전자의 4분기 잠정실적은 매출 75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10.7%, 영업이익은 130.5% 늘었지만 전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5.18%, 29.19% 줄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증권가 컨센서스인 7조7000억원 대비 1조원 이상 낮았다.
증권가들은 4분기 삼성전자의 DS부문 영업이익을 3조원대 수준으로 예상했다. 이중 메모리는 공급과잉에 따른 판매가격 하락으로 5조원대 이익을 올린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주요 D램 제품인 ‘DDR4 8G(1Gx8) 2666’ 가격은 지난해 초 IT 수요 회복으로 2월 말 1.969달러까지 상승했고 이후 약보합세를 보이다가 7월 2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8월부터 5개월간 내림세를 기록했고 지난해 12월 말 종가 기준가격은 1.735달러로 집계됐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부문의 손실도 이어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4분기 삼성전자 DS부문 내 비메모리 사업 손실규모를 1조원 이상으로 추정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2조원 이상의 적자를 예상했다.
특히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한 디스플레이와 모바일 부문도 수요 부진, 경쟁 심화 등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의 경우 당초 전망치(2조원대 중후반대)보다 낮은 2조원 초반대로 추정된다. 갤럭시 Z시리즈를 내놨지만 미국 애플을 비롯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경쟁심화로 실적 개선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예상된다.
TV와 가전도 수요부진에 더해 연말 쇼핑 시즌에 따른 경쟁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측은 이례적으로 참고자료를 내고 “DS는 IT향 제품 중심의 업황 악화로 매출 및 이익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모리 사업은 PC·모바일 중심 제품 수요 약세 속 고용량 제품 판매 확대로 4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며 “그럼에도 미래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비 증가 및 선단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 비용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또 ‘비메모리 사업’ 관련해선 “모바일 등 주요 응용처 수요 부진 가운데 가동률 하락 및 연구개발비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DX(디바이스익스피리언스)는 모바일 신제품 출시 효과 감소 및 업체간 경쟁 심화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2024년 4분기 컨퍼런스콜’을 열고 확정실적과 사업별 세부 성적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