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美 우선주의' 정책이 세계 경제 미칠 여파는 '변수'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 건설 수주액이 9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173억달러 규모 체코 원전 계약을 앞뒀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멈추고 우호적인 발주 여건이 지속되는 등 수주 텃밭인 중동 상황도 긍정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세계 경제에 미칠 여파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21일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이하 해건협)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1년 전 333억달러보다 11.4% 늘어난 371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15년 461억달러 수주 후 9년 만에 가장 많다.
국내 기업의 해외 건설 수주는 2010년 715억8000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2019년 223억달러까지 줄었다. 이후 2020년 351억달러로 반등에 성공했고 5년 연속 300억달러를 넘겼다. 특히 2022년부터는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인다.
지역별 수주액 비중은 전통 수주 텃밭인 중동이 49.8%(184억9000만달러)로 가장 컸다. 중동 수주액은 지난 2014년 313억5000만달러 이후 최대다. 국제유가 안정화에 따른 중동 내 양호한 발주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
아시아는 19.2%(71억1000만달러)로 뒤를 이었고 △유럽 13.6%(50억5000만달러) △북미·태평양 12.6%(46억9000만달러) △중남미 4.1%(15억2000만달러) △아프리카 0.7%(2억5000만달러) 등 순이었다.
오는 3월경으로 예정된 173억달러 규모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 본계약은 올해 해외 건설 수주 확대 기대감을 높인다. 체코 원전 계약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적 재산권 분쟁이 마무리되면서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또 국제유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중동 발주 여건이 우호적인 상황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건협 정책지원센터에 따르면 올해 중동 건설시장은 총 7492억달러 규모로 전년 대비 11.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일단락되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완화된 것도 호재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여전히 대형 프로젝트들의 발주가 계획돼 있어 올해 중동 수주 상황도 최소한 전년 수준은 유지할 것으로 보이고 원전까지 되면 꽤 많은 수주가 이뤄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본격적인 임기를 시작하면서 대선 당시 공약한 모든 국가에 대한 보편 관세 부과가 불러올 인플레이션 압력, 이에 따른 기준금리 인하 지연 등 세계 경제에 미칠 여파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더 강화된다는 거 자체는 단계적으로는 미국 경제에 좀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세계 경제 메커니즘으로 봤을 때 플러스 요인은 아니다"며 "그런데 대선 기간에 내놨던 모든 정책을 다 추진하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