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고리 원전 1호기 사건의 핵심은 전기공급 중단 사태를 한달 가까이 숨겨온 조직의 문제이다.
90년대 항공사고로 홍역을 앓았던 대한항공은 대대적으로 조직문화를 바꿔 사고없는 항공사로 거듭났다.
그럼 이같은 조직문화는 어떠한 것인가? 우리 주변에 만연해 있지만 꼭 집어서 말로 하자면 뭘까 하고 한참을 생각하게 되는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사고가 일어났을 때 사고의 원인을 찾기 보다는 조직에 압박을 가하고 대대적인 감사는 필수로, 조직원에게 사고 책임을 전가하는 경직된 기업문화를 꼽을 수 있겠다.
이 때문에 조직원들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작은 실수조차 보고하지 못한 채 문제를 더 키우는 것이다.
특히나, 우주 산업이나 항공 산업, 원전 산업처럼 리스크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무엇보다 도출되는 문제점에 대해서 상황 파악에 직면해서 원인을 해결하려고 해야지, 누군가의 책임 전가로 이 문제의 방향을 돌려버리면 이러한 숨기기에 급급한 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상급자에 대해서 함부로 의견 반박을 못하는 우리나라의 권위주의 역시 사고를 더 키운다.
직급을 떠나 매뉴얼을 최우선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이러한 권위주의 조직문화에서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원전은 우리가 당장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전력공급원이다.
앞으로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안전관리에 더욱 철저해야한다.
원전 수출국으로,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개최국으로 신뢰 회복을 위해서 더욱 그렇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사고가 났을 때 무조건 다그치기 보다는 사고완화를 위한 노력에 더 주안점을 두어 사고가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이해와 어느 정도의 사고에 대한 허용이 이뤄지는 문화가 우리나라 기업 문화에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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