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도, 스포츠도, 모두 예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161㎞ 강속구·통산 124승을 자랑하는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40·사진)가 예술에 빠졌다.
박찬호는 11일부터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더 히어로-우리 모두가 영웅이다’란 제목으로 자신의 야구인생을 펼쳐 놓는다. IMF 금융위기 시절 국민에게 희망을 준 박찬호의 야구 역정을 통해 그의 꿈과 고독, 영광의 순간들을 돌아보는 전시회다.
권오상과 강익중, 김태은, 뮌(MIOON), 송필, 유현미, 이배경, 이현세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박찬호가 제작한 작품, 야구용품 등으로 이뤄진다.
박찬호가 직접 만든 작품 ‘투화(投花)’는 캔버스를 향해 컬러볼을 던져 만든 작품으로 추상표현주의의 거장 잭슨 폴록(1912~1956년)의 액션 페인팅을 연상케 한다.
박찬호가 조카 박성호와 함께 어린 시절을 재현한 영상은 박대민 CF감독의 도움을 받아 제작했다. 여섯 가지 볼 종류를 박찬호의 손을 빌려 석고로 캐스팅한 설치물, 손 모습을 X레이로 찍은 필름 등도 걸려있다. 박찬호가 주로 사용한 체인지업과 패스트볼, 커브 등의 그립을 볼 수 있다.
박찬호의 정면과 측면 투구 자세와 정면 타격 자세를 촬영해 여섯 장의 투명 필름에 인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더 플레이어’, 만화가 이현세가 박찬호를 모델로 한 단편만화, 꿈을 주제로 한 3인치(7.62㎝) 크기의 아이들 회화와 우리 강산, 포석정을 형상화환 강익중의 오브제 등 다양한 작품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박찬호 야구 컬렉션으로는 메이저리그 승리구 124개를 비롯해 유니폼 50여벌, 모자 50여개, 배트 10자루, 헬멧 4개, 야구화 2켤레, 글러브 20여개, 기타 야구기념품 100여점 등 360여점이 전시됐다.
박찬호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야구도, 스포츠도, 모두 예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동안 일구일구를 던지는 것이 예술적 감각이었다”며 “나도 여태까지 예술을 하고 있었구나, 뭔가 창의력을 갖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전시 기간에 박찬호와 지인들의 애장품을 모아 ‘아름다운 재단’과 함께 ‘아름다운 자선 경매 바자’를 연다. 박찬호의 도슨트 투어와 강연회도 예정됐다.
전시 수익금 일부는 ‘사랑 나눔 프로젝트-베트남 어린이 심장병 수술 돕기’에 사용한다. 베트남 어린이 9명이 입국해 부천 세종병원에서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전시는 11월17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