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면서 과일을 구입할 때, 사과 9°Bx(브릭스), 단감 11°Bx 등의 표시를 볼 때마다 당도가 낮은지 높은지 쉽게 파악이 안 된 경우가 꽤 있다. 또한 식재료로 자주 쓰이는 고추의 경우, 후각에 의존해 매운 정도를 ‘감’으로만 파악할 때가 많다. 막상 구입해놓고 기대만큼 과일 당도가 높지 않거나, 고추가 너무 매워 난감한 경험들이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년부터 과일을 구입할 때, ‘보통 당도·높은 당도·매우 높은 당도’ 등 당도 수준이 더욱 이해하기 쉽게 구별되고, 고추는 캡사이신 함량에 따라 4단계로 매운 정도가 표시된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농산물 표준규격’ 개정안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농산물품질관리원(원장 조재호, 이하 농관원)이 22일 밝혔다.
농산물 표준규격은 전국적으로 농산물이 각 기준에 맞춰 유통되도록 고르기·색택·신선도 등에 따라 등급을 특·상·보통으로 분류하고, 규격포장재에 담아 출하해 농산물의 유통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과실류 당도는 이전에 브릭스 단위로만 표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브릭스 단위뿐만 아니라 보통당도(9°Bx 미만), 높은 당도(9~11°Bx 미만), 매우 높은 당도(11°Bx 이상)로 표시모형과 구분표 방식으로 병행 표시된다.
국·찌개 등 다양한 요리 식재료로 자주 쓰이는 고추의 경우,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 함량에 따라 맵지 않음(캡사이신 100ppm 미만), 약간 매움(100~800ppm), 보통 매움(800~2000ppm), 매우 매움(2000ppm 이상) 등 4단계로 구분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기호에 맞춰 고추를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농산물 등급판정 기준에서 농산물 크기에 따라 등급을 판정했던 ‘크기’ 항목은 삭제하되, 대신 소비자가 선호도에 따라 직접 선택·구입할 수 있도록 ‘품목별 크기 구분표’를 포장재에 표시하도록 개정된다.
곡류는 농산물 표준규격의 등급규격을 삭제해 양곡관리법 표시·규정에 따라 표시하고, 10단계 크기로 구분돼 유통되고 있는 참다래는 현장 의견을 반영해 5단계로 간소화된다. 화훼류 중 ‘글라디올러스’는 꽃대 길이 규격이 너무 길어 작업 시 불편이 많고, 운송비용이 상승하는 등의 농가 의견을 수렴해 길이 규격을 축소해 등급규격을 개선한다.
이번 농산물 품질규격 개정에 대해 서문교 농관원 품질검사과장은 “소비자가 농산물을 구입할 때 궁금해 하는 품질정보가 농산물 포장재에 직접 표시돼, 소비자의 알권리 충족과 구매 선택권 보장에 초점을 맞췄다”며 “관련 개정안 행정예고를 통해 의견수렴 후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