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주류 클라우드‧피츠 '일본기업' 루머에 위축 우려
신제품 개발 없고, 비용절감 차원 마케팅마저 소극적
2020년 맥주 시장점유율 17% 목표 달성 비관론 무게
일본 아베정부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일본산 불매’ 운동으로 카스‧테라와 같은 국산맥주 브랜드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지만, 클라우드, 피츠 등 롯데주류 맥주 반응은 신통치 않다.
국산맥주 점유율이 확대될 수 있는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일본기업이라는 루머 여파에 마케팅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띠면서 시장 내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란 우려 섞인 분석이 나온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산 불매운동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아사히‧삿포로 등 일본맥주는 퇴출 위기에 직면한 반면에, 국산 맥주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실제 주요 유통채널인 편의점에서의 국산맥주 매출 증가율을 살펴보면, CU(씨유)는 7월 기준 44.1%로 전달 39.1%에서 5%포인트(p) 증가했다. GS25(지에스25)에서는 7월 41.5%에서 이달 15일 기준 48%로 6.5%p 늘었다.
여기에 편의점과 대형마트가 할인행사에 일본맥주를 제외하고, 발주 중단까지 예고했기 때문에 당분간 국산맥주의 시장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오비맥주‧하이트진로 등 국산맥주 제조사들은 지금의 기회를 최대한 살리고자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오비맥주는 1등 브랜드인 ‘카스’와 발포주 ‘필굿’ 가격을 한시적으로 인하했고, 홈플러스와 손잡고 카스 태극기 패키지 제품을 출시했다.
하이트진로는 출시 100일 만에 판매 1억병을 돌파한 신제품 ‘테라’ 마케팅에 많은 공을 들이며 맥주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롯데주류의 클라우드와 피츠는 일본산 불매에 따른 반사이익은커녕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역풍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일본의 아사히가 롯데주류 지분을 갖고 있다는 루머가 돌면서 맥주를 비롯한 롯데주류 상품이 일본제품이라는 오해를 사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주류는 허위사실을 바로 잡는 차원에서 관련 유포에 강경 대응한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일본 이슈에 오비맥주‧하이트진로와 달리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클라우드는 2014년 출시 당시 ‘신동빈 맥주’로 불리며 프리미엄 맥주시장을 겨냥했고, 피츠는 국산맥주 1위 브랜드 카스와 2위 하이트를 잡을 ‘대항마’로 2017년에 선보인 제품이다. 둘 다 롯데의 대표 맥주라는 타이틀로 야심차게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그간의 성과는 썩 좋지 못했다.
지난해 기준 롯데주류의 시장점유율(업계 추정치)은 5% 정도로 오비맥주 60%, 하이트진로 21%와 비교하면 한참 뒤쳐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최근 발표한 올 1/4분기 소매점 POS데이터 판매 점유율(매출액 기준)에서도 오비맥주 51.9%(3620억원), 하이트진로 16.9%(1175억원)를 차지했으나, 롯데주류는 2.6%(393억원)에 그쳤다. 맥주 브랜드 톱(Top) 10에서도 클라우드는 182억원으로 10위에 겨우 턱걸이했는데, 오히려 이전 분기 때의 9위보다 한 단계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이슈까지 악재로 작용하면서 맥주시장에서 롯데주류의 입지는 지금보다 줄어들 여지가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롯데=일본기업’이라는 오해로 다른 국산맥주 브랜드보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크다”며 “마케팅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분간 인지도나 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롯데주류는 새롭게 변화를 줄 신제품 개발 계획이 없고, 주류사업의 지속된 부진으로 비용절감 차원에서 마케팅 투자를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롯데주류가 목표한 ‘2020년 맥주시장 점유율 17% 달성’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피츠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마케팅 비용 출혈이 크다보니 올해는 마케팅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었는데, 일본 이슈까지 터지면서 반사이익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많았다”며 “일단은 피츠를 중심으로 맥주사업을 길게 보면서 입지를 굳혀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