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와 윤리적 소비, 친환경 등을 추구하는 ‘비건(Vegan)’ 열풍이 식품을 넘어 뷰티·패션 등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비건이란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거나 동물실험을 한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화학제품이나 일회용품의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일컫는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물보호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뷰티·패션업계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독일의 통계분석업체인 스타티스타(Statista)는 글로벌 비건 뷰티 시장 규모가 2017년 129억달러에서 2025년 208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인식한 주요 뷰티업체들은 식물성 소재 중심의 다양한 브랜드·제품의 론칭으로 비건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달 17일 미국의 비건 코스메틱 브랜드 ‘밀크 메이크업’과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밀크 메이크업은 동물 실험을 배제하는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와 ‘100% 비건’ 등 ‘클린 뷰티(Clean Beauty)’를 콘셉트로 급성장 중인 브랜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앞서 올해 7월, 자회사인 이니스프리를 통해 ‘슈퍼푸드 비건 라인’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동물성 원료, 부산물을 일체 배제했으며 프랑스 비건 인증 마크인 ‘이브(EVE)’를 획득한 100% 비건 레시피 제품이다.
LF는 올해 10월, 첫 번째 자체 여성 화장품 브랜드 ‘아떼(ATHE)’를 론칭했다. 아떼의 콘셉트가 바로 ‘어센틱 뷰티(AuTHEntic Beauty)’를 추구하는 비건 지향 화장품이다. 아떼는 동물성 성분은 물론 12가지 유해 성분과 유전자 변형 원료를 첨가하지 않는다. 또 제조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일절 하지 않아 EVE로부터 비건 화장품 인증을 받았다.
한국콜마는 이달 20일 자체 연구개발(R&D)과 제조·생산한 세럼과 크림에 대해 글로벌 비건 인증기관인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 인증을 획득했다. 비건 소사이어티 인증을 받기 위해선 제조과정에서 동물실험을 배제해야할 뿐만 아니라, 원료부터 패키지까지 동물성 성분을 사용해선 안 된다.
뷰티업계의 한 관계자는 “환경 이슈에 점차 민감해지고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비건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가 커지고 있다”며 “이에 더 많은 업체들이 다양한 제품군에서 비건 인증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패션업체들의 경우, 지속가능한 패션 시대를 맞아 동물성 소재와 비슷한 촉감의 소재를 활용한 아이템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에코 소재로 불리는 페이크 퍼 제품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의 자체 패션브랜드 LBL은 디자이너 브랜드 슈퍼띵스 유니드나우와 협업, 비건 패션 제품인 ‘하이 FAUX 롱 무스탕’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인조 스웨이드와 인조 퍼 소재로 동물의 가죽이나 털을 대신한 것이 특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전개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스텔라 매카트니는 모든 제품에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짧은 기장 외투가 인기를 끄는 올 겨울 트렌드에 맞춰 페이크 퍼와 인조가죽을 적용한 ‘브라운 쇼트 퍼 프리 퍼 코트’를 내놨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윤리적 소비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동물의 털이나 가죽을 대체하는 착한 소재인 페이크 퍼 등을 활용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비건 트렌드는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