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구름빵' 저작권 소송 원저작자 패소
'동화 구름빵' 저작권 소송 원저작자 패소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1.2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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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 작가 ‘동일성 유지권 침해’ 주장
(사진=네이버 책 소개 캡쳐)
동화 구름빵. (사진=네이버 책 소개 캡쳐)

동화 구름빵을 모르는 학부모가 있을까. 어린 자녀를 기르는 부모라면 한번쯤은 접해봤을 작품 구름빵.

그러나 작품이 대성공을 거뒀는데도 불구하고 출간 당시 작가와 출판사 간 맺은 계약 조건으로 적은 보수만 받은 동화 구름빵의 작가가 출판사 등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냈지만 원심과 항소심 모두 패소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홍승면·구민승·박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민사4부는 구름빵의 작가 B씨가 한솔교육·한솔수북, 강원정보문화진흥원, 디피에스 등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004년 B씨는 한솔교육에서 동화 구름빵을 출간했다. 이어 한솔수북은 2013년 한솔교육의 단행본 출판본부로 분할된 회사다. 

동화 구름빵이 큰 호응을 얻으며 많은 책이 팔려 나가자 뮤지컬과 애니메이션 등도 제작됐다. 이 때 강원정보문화진흥원과 디피에서는 한솔교육과 계약을 맺고 구름빵을 원작으로 아동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이처럼 구름빵은 어린이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에 입힘어 다양한 장르로 가공돼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특히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창조경제 및 문화융성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구름빵을 꼽을 정도. 

반면 작품은 대성공을 거뒀지만 원작자 B씨의 수입은 크지 않았다. 신인 작가 시절 구름빵을 집필해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다보니 저작권을 일괄 양도하는 ‘매절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B씨와 출판사 한솔교육이 처음 구름빵을 출간하며 맺은 계약은 ‘저작인격권을 제외한 저작재산권 등 일체의 권리를 한솔교육에 양도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로인해 구름빵의 원저작자 B씨 손에 쥐어진 돈은 850만원에 불과했다. 이후 지원금을 받았지만 모두 포함해도 2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구름빵 작가 B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만연해 온 출판계의 불공정 계약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처럼 작가의 저작권이 침해당했으며 계약 또한 무효라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저작자 B씨는 계약서 상의 불공정 조항을 이유로 들며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해 왔다. 일체의 권리(작가의 권리)를 한솔교육에 양도하도록 한 계약서 조항부터 불공정하다는 것. 이에 따라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위배돼 무료라고 주중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조항은 계약을 체결한 2003년 당시 B씨가 신인 작가였던 점을 고려하면 상업적 성공 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적절히 분담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따라서 B씨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 불공정한 법률행위이기 때문에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소송 패소의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원저작자 B씨는 책의 저작권과 별도로 동화책의 주인공들에 대한 ‘캐릭터 저작권’이 인정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지만 재판부는 이 부분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림책의 경우 어문저작물과 미술저작물 및 캐릭터저작물이 결합한 것이다. 앞서 맺은 계약서 조항에 따르면 이들을 모두 포함한 저작물 일체를 양도·양수하기로 한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또한 동화 구름빵이 인기에 힘입어 애니매이션 및 뮤지컬 등으로 제작되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설정이 바뀌거나 캐릭터의 배경이 더해지는 등 원저작자의 동의없이 저작물을 수정하지 못하게 하는 권리인 ‘동일성 유지권’을 침해했다는 B씨의 주장 또한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뮤지컬·애니매이션 등에서 원작품과 다르게)새로운 캐릭터나 이야기가 추가된 부분은 이미 별개의 독립된 저작물이 돼 버린 것이다. 동일성 유지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의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앞서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 계약을 통해 양도된 만큼 변형된 작품에서 이뤄진 캐릭터 변화가 ‘동일성 유지권 침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daisylee19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