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주인은 농업인, 답 찾기 위해 농업현장 찾는다" 강조
김원석·김태환·박규희·소성모 등 계열사 대표도 현장방문 러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스킨십 경영’에 농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전 회장들과 달리 취임식을 영농현장에서 소탈하게 치르고, 어려움을 겪는 농가의 목소리에는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업계는 이 회장이 농업계가 현장에서 겪는 문제를 직접 살피는 만큼 보다 현실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성희 회장의 현장 스킨십 경영은 농업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이 회장은 지난 1월31일 제24대 농협중앙회장으로 취임했다. 당초 농협은 이 회장의 취임식을 이전 회장들이 해왔던 것처럼 서울 농협 본관 대강당에서 농업인 조합원과 중앙회, 계열사 임직원 등이 모인 자리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취임식을 거창하게 하기 보다는 농가들과의 소통을 우선이라고 생각해 영농현장에서의 소탈한 취임식을 주문했고, 지난 4일 30여명의 임직원과 함께 강원도 홍천군의 딸기농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공식 취임행사를 갈음했다.
이날 이 회장은 농협 임직원들과 함께 딸기농가 일손을 돕고, 간담회를 통해 영농현장에서의 어려움을 청취했다.
이어 이 회장은 6일 충청북도 진천의 화훼농가를 방문했다. 코로나19 탓에 졸업식 등 대목에도 불구하고 꽃 소비 부진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농가들의 애로를 듣기 위해서다.
이 회장은 농가들에게 농협이 전사적으로 화훼 소비확대에 나서겠다고 약속했고, 이후 농협은 온·오프라인 특판행사를 통한 꽃 200만송이 소비촉진 캠페인과 화훼농가 경영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무이자자금 1000억원 지원 등을 즉각 추진했다.
농업계는 이 회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당선 직후부터 예견된 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회장선거 당시 공약은 물론 당선 후에도 농협의 주인은 ‘농업인’이며, 농업인 중심으로 농협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실제 이 회장은 선거공약으로 ‘농가소득의 안정적인 체계 구축’을 농협의 최우선과제로 꼽았고, 당선 직후에는 “농협이 올곧고 농민 곁으로 가도록 혼신의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첫 현장경영 방문지인 홍천 딸기농장에서는 “12만 농협 임직원 모두는 농업인이 없는 농협은 존재의 이유가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얘기했고, 취임사를 통해 “농업인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항상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농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은 오랜 조합장 경력과 중앙회 이사 경험 등으로 농협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가 높다”며 “농업인이 대부분인 210만 조합원들의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알고, 이전 회장들과 다른 행보를 보여 기대된다”고 말했다.
농가와의 소통과 현장경영을 중시하는 이 회장의 의지는 농협 계열사 대표들에게도 전파되고 있다.
김원석 농협 농업경제대표는 최근 사과산지로 유명한 충주의 충북원예농협 APC(산지유통센터)를 방문하고, 사과소비 부진으로 어려움이 큰 농가들과 현장 간담회를 가졌다.
김태환 농협 축산경제지주 대표는 나주공판장과 농협사료 경주공장 등을 둘러보며 퇴비 부숙도·가축질병 방역 등 현안을 분주히 챙기고 있다.
박규희 농협 조합감사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양토양록농협을 찾아 농·축협의 애로사항을 듣고 제도개선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고, 소성모 농협 상호금융 대표는 북부산농협과 가락농협 RPC(미곡종합처리장) 등 부산지역 농·축협을 찾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 농가들의 금융지원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