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원서 제출 직원들, 불똥 튀는 건 아닌지 불안
"아직 시행 전, 관리위원들 서명절차 남은 상황"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민경천, 이하 한우자조금)는 직장 내 괴롭힘과 업무상 배임, 갑질 등의 의혹을 받은 간부 A씨를 해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본지는 앞서 지난 4일 ‘한우자조금 사내 갑질 내부고발자 색출 논란…민경천 책임론 부상’이라는 제목으로 한우자조금 내 갑질 논란을 보도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우자조금은 최근 사무국 소속 간부 A씨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인사위원회에서는 간부 A씨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안건으로 올렸고, 직장 내 괴롭힘과 업무상 배임, 횡령 등의 내용을 각각 건별로 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위원회는 A씨의 혐의들이 엄중하다고 판단하고, 해임으로 결론을 내렸다.
A씨는 그간 육아휴직을 낸 부하 여직원을 대놓고 비방하거나, 직원 의사와 상관없이 회식 참여와 음주를 강요하는 등 괴롭힘을 지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A씨는 협력사와 워크숍 등 행사를 진행할 때 규정과 상관없이 일부 비용은 협력사가 부담할 것을 강요했고, 공식적인 행사에서 본인의 지인들을 대접하기 위해 협력사 직원들에게 안주 세팅과 같은 부당한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여기에 한우 홍보·소비촉진 행사 등을 진행하면서 수차례 업무상 배임과 횡령 등을 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이와 같은 A씨의 혐의들은 한우자조금 사무국 과장급 이하 직원들이 지난달 관련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민경천 위원장에게 제출하면서 알려졌다. 이후 한우자조금은 인사위원회를 통해 자체적으로 간부 A씨에 대한 내부감사를 진행했다. A씨는 해당 의혹들을 반박하는 소명을 했지만, 인사위원회는 해임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한우자조금 사무국 관계자는 “인사위원회가 해임 결정을 내린 건 맞지만, 아직 시행된 건 아니다”면서 “자조금 관리위원회 위원들에게 A씨 해임에 대한 최종적인 서명 절차를 받는 중이기 때문에 더 이상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우자조금 사무국 내에서는 A씨의 해임 결정을 두고 대부분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탄원서를 제출한 직원들에게 괜한 불똥이 튀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A씨의 의혹들이 외부까지 공개되면서 한우자조금 사무국의 이미지 타격은 컸고, 민경천 위원장의 책임론으로까지 이어졌다. 직원들은 이런 일로 불합리한 인사나 근무배치, 업무분장 등의 부당한 조치를 받는 건 아닌지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내부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탄원서를 낸 직원들이 하급자이기 때문에 민 위원장과 간부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며 “사무국 내에서 내부 고발자를 찾으려는 시도까지 있다 보니, 직원들은 심리적 압박도 받고 불안해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편 A씨 해임과 관련한 최종 결정은 내달 열리는 한우자조금 관리위원회 회의에서 나올 전망이다. 한우자조금 관리위원회 위원은 민경천 위원장을 비롯한 각 지역 한우농가 선출직 18명과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을 포함한 당연직 7명 등 총 25인으로 구성됐다.
한우자조금은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한우 소비촉진과 안전성 제고 등 한우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한우농가가 납부한 금액을 주 재원으로 조성·운용되는 자금이다.
농가들은 등급 판정을 받은 한우 1마리당 2만원을 기금으로 거출하며, 지난해 기준 기금 규모는 약 385억원에 이른다. 이 중에는 정부 지원금으로 94억원 가량이 포함됐다. 한우자조금 사무국은 이러한 자금을 기반으로 한우 소비촉진·홍보 행사와 수급안정, 농가교육, 한우산업 연구·조사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