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경쟁력, 새로운 경험 제공, 광역상권 소비자 증가 등 주효
"명품 보강, 전층 리뉴얼…대한민국 대표 백화점 도약할 것"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오픈 5년 4개월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백화점 최단 기간 1조 클럽 가입’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현대백화점은 올 하반기 이후 명품 브랜드 유치와 전층 리뉴얼이 계획돼 있는데다, 주변 상권 개발도 예정돼 있어 판교점의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판교점이 지난해(1월~12월) 누적 매출 1조74억원을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지난 2019년 매출(9200억원)보다 9.4% 신장한 것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판교점 매출 1조원 돌파는 지난 2015년 8월(8월21일) 오픈 이후 5년 4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로, 국내 백화점 중 최단 기간 기록을 경신했다”며 “특히 서울·부산 이외의 지역에서 첫 ‘1조원 백화점’이란 기록도 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이번 판교점 1조원 돌파가 올해 코로나19 장기화와 오프라인 매장 침체 등 악조건을 뚫고 거둔 성과란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대백화점 15개 점포 중 2020년 매출이 전년보다 증가한 점포는 판교점과 압구정본점(전년대비 3.5% 신장) 2곳에 불과하다. 그만큼 백화점 영업환경이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수도권에서 규모가 가장 큰 영업면적(9만2578㎡, 2만8005평)을 기반으로 오픈 첫 해 4개월 만에 매출 3000억원을 달성한 뒤, 이후 매년 5~10%대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픈 이듬해인 2016년 매출이 7250억원인 걸 감안하면 이후 4년 만에 매출이 40% 가까이 급증했다.
현대백화점은 판교점의 폭발적 성장세에 이은 매출 1조원 돌파의 원동력으로 △국내 백화점 최고 수준의 MD 경쟁력 △소비자에게 새로운 쇼핑과 문화 경험 제공 △구매력 있는 핵심 소비층 보유, 광역 상권 소비자 증가 △지역 상권과의 동반성장 노력 등을 꼽았다.
무엇보다 국내 백화점 최고 수준의 MD 경쟁력은 판교점 매출 1조원 돌파에 큰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판교점은 2015년 오픈 이후 루이비통·까르띠에·티파니·불가리·피아제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연이어 입점시키며 서울 강남 백화점에 버금가는 명품 라인업을 갖췄다.
또 축구장 2배 크기인 국내 최대 규모의 식품관(1만3860㎡, 4192평)도 한 몫 했다. 판교점에는 백화점 업계에서 가장 많은 130여개의 국내외 맛집과 식음료(F&B) 매장이 입점해 있다.
업계에서는 판교점이 유통업계 ‘식품관’의 격(格)과 퀄리티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MD 경쟁력 덕분에 지난해에만 판교점에 2600만명의 소비자가 찾았다. 이는 전년도 현대백화점 15개 전 점포의 평균 방문객인 1000만명을 2.5배 웃도는 수준이다.
현대백화점은 소비자들에게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쇼핑·문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 것도 판교점 매출 1조원 돌파의 일등 공신 중 하나라고 꼽았다. 판교점은 ‘경험을 팔아라’를 콘셉트로, 단순히 상품 판매 공간을 넘어 오프라인 매장의 핵심 경쟁력인 ‘체험’을 무기로 차별화를 꾀했다.
대표적으로 국내 백화점 중 유일하게 운영 중인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이 있다.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의류 매장 40~50개를 입점시킬 수 있는 공간(2736㎡, 830평)을 2개의 전시실과 그림책 6500권으로 이뤄졌다. 2015년 오픈 이후 지난해까지 약 75만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판교점 대표 명소이자 ‘킬러 콘텐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외에 복합문화공간인 판교점 ‘1층 열린광장(660㎡, 200평)’과 10층 문화홀(760㎡, 230평)도 각종 전시회나 문화공연, 명품 팝업스토어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차별화되고 새로운 콘텐츠를 통해 고객들의 경험을 확장시킨 게 고객 유입과 매출 확대 등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핵심 상권의 구매력 있는 소비자층과 함께 광역 상권의 소비자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판교점 매출 1조원 돌파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 판교점이 위치한 경기 분당·판교 지역은 소득 수준이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데다, 트렌드에도 민감해 ‘제2의 강남’으로 불린다. 때문에 판교점의 VIP 수는 지난해 서울 강남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무역센터점과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10㎞ 이상 떨어진 용인·안양·수원(광교)·여주 등 광역 상권에서 판교점을 찾는 원정 소비자도 매년 늘고 있다. 광역 상권 매출 비중도 오픈 첫 해인 2015년 38.6%에서 지난해 55.3%로 늘어났다. 이는 현대백화점 15개 전점 평균 광역 상권 매출 비중(30%)보다 20%포인트(p) 이상 높은 수치다.
이밖에 경기 성남·판교 등 지역 상권과의 상생·동반성장 노력도 판교점 성장에 일조했다.
판교점은 상권 전체 ‘파이’를 키우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2019년 성남시와 ‘지역경제 활성화’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성남시 소재 스타트업과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판로 개척을 위해 팝업스토어 형태로 입점시켰으며, 지역 전통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음식물 처리기 지원과 집기 교체 등 동반성장 노력을 지속해 왔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매출 1조원 돌파를 발판 삼아 판교점을 ‘대한민국 대표 백화점’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우선 현대백화점은 명품 라인업 보강에 나선다. 올 하반기 이후 판교점에 프랑스 주얼리 ‘부쉐론’, 영국 패션 브랜드 ‘버버리’ 등 10여개의 글로벌 유명 브랜드를 새로 선보일 예정이며, 명품 핵심 브랜드 유치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르메스’의 경우 내년 오픈을 목표로 이르면 올 하반기에 착공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명품 시계 ‘롤렉스’도 입점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판교점 전층 리뉴얼 작업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안에 영앤 리치(젊은 부유층)를 겨냥한 ‘2030 전용 VIP 라운지’와 럭셔리 남성 전문관을 새로 선보인다. 또 내년 이후 지하 1층 식품관과 1층 화장품 매장 리뉴얼을 추진하고 럭셔리 슈즈 전문관(슈 라이브러리), 아동 전문관(키즈 파크) 등 다양한 전문관도 새롭게 꾸민다.
아울러 판교점 주변 상권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도 향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판교점과 직선 3㎞ 내에 위치한 제2테크노밸리에 기업들의 입주가 올해 본격화되는 데다, 제3테크노밸리도 내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주변 신규 아파트 입주도 5700세대가 예정돼 있다.
김형종 사장은 “명품 핵심 브랜드 유치 등 초럭셔리 전략과 함께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일조해 판교점을 수도권을 넘어 대한민국 넘버원 ‘쇼핑 랜드마크’로 키울 방침”이라며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 등 다른 백화점도 고객의 생활에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메가 라이프 플랫폼’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