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이 판 대형주 받는 개미…증권가 '당분간 반등 어려워'
외인이 판 대형주 받는 개미…증권가 '당분간 반등 어려워'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10.1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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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주 위주 매수…외인과 정반대
부진한 이익 모멘텀·규제 이슈 잔존하면서 대형주 반등은 난항
작년 말 이후로 부진한 대형주 상대강도. (자료=한국투자증권)
작년 말 이후로 부진한 대형주 상대강도. (자료=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 인플레이션 이슈가 이어지면서 증시 변동성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개인들은 코스피 부진이 시작된 7월부터 대형주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대형주에 대한 수급이 개선되긴 어려울 전망이어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단 분석을 내놓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올해 7월 이후 지난 15일까지 삼성전자를 10조8365억원 사들였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반도체 업황 부진을 겪으며 6만원대까지 추락했지만, 이를 저가 매수 시점이라고 판단한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에도 삼성전자를 2조원 가까이 사들였다.

실제, 두나무가 자사 증권 애플리케이션 '증권플러스' 내 실시한 설문에서 주식 투자자 6467명 중 71.5%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곧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 매출이 분기상 처음으로 70조원을 돌파했고, 내년 상반기 중으로 대만 TSMC보다 앞서 3나노 초미세 공정을 적용한 파운드리 양산을 예고하면서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가의 반등에 기대감을 가진 영향이다.

이외에도 개인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2조6171억원)와 현대차(1조2937억원), 카카오(1조2627억원), 엔씨소프트(1조317억원), 네이버(3977억원) 등 업종 대장주들을 순매수 상위에 올렸다.

이는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도세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의 매매 패턴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최근 석달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9조7419억원 팔아치웠다. 특히나 이달 들어선 지난 8일과 18일을 제외하고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외에도 SK하이닉스(-1조9812억원)와 카카오(-9557억원), 엔씨소프트(-9420억원), 현대차(-5883억원), 네이버(-1546억원) 등 대형주 대부분에 대해 순매도세를 보였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개월 전부터 미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가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위험자산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짐에 따라, 신흥국 자산에 포함되는 국내 증시에서는 시가총액 상위주 위주로 외국인 매도세가 연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현재 글로벌 경기 모멘텀이 부진한 상황이어서 신흥국 대비 선진국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고, 특히 반도체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의 경우 향후 업황 부진 우려도 겹치며 외국인 수급이 대형주 위주로 국내 증시에서 빠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앞으로도 대형주가 힘을 받기엔 어려운 환경이라고 판단했다. 향후 이익 모멘텀이 강하지 않은 데다,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주의 경우 규제 이슈가 잔존하면서 대형주의 상승탄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코스피는 약세였는데, 이 과정에서 대형주가 이번 분기에만 7% 하락하면서 특히 부진했다"며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경우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이 대부분 정체되고 있고,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업종은 향후 추가 규제 가능성이 잔존한다는 점에서 대형주 상승 탄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미국 ISM 제조업 지수나 한국 수출 같은 글로벌 경기 사이클의 선행 지표 격 지수들은 고점을 통과하고 있다"며 "국내 증시에 대한 매력도 당장 기조적으로 높아지면서 외국인들의 강한 매수 기조가 형성될 것을 기대하기란 다소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대형주보단 중소형주의 매력도가 더 부각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