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예·적금 금리가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을 뛰어넘었다.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줄줄이 올린 결과다. 인터넷은행은 수신 부문에서 금리 매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터라 대출 부문에서 경쟁력을 키우며 사세를 불리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기본금리는 연 3%대로 올라섰다. 상품에 가입하면 별다른 우대금리 조건을 달성하지 않아도 연 3%의 이자를 챙길 수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가운데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우리은행의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이다.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대 연 3.6%의 이자를 제공한다. 다만 이 상품은 은행과의 첫 거래자라는 조건이 붙는 데다 기본금리는 연 2.6%에 불과하다.
신한은행의 ‘아름다운 용기 정기예금’은 기본금리 연 3.25%에 우대금리를 포함한 최고 연 3.4%다. 우리은행의 ‘WON 플러스 예금’과 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은 우대금리 없이 각각 연 3.33%, 3.13%의 기본금리를 내세웠다.
해당 상품들의 금리는 인터넷은행보다 높은 수준이다. 같은 조건에서 케이뱅크의 ‘코드K 정기예금’의 최고금리는 연 3%다. 카카오뱅크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2.5%로 아직 2%대에 머물러 있다.
적금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1년 만기 자유적립식 적금으로는 신한은행 ‘안녕 반가워 적금’이 최고 연 4.6%, KB국민은행의 ‘KB마이핏적금’이 최고 연 4.4%를 제공한다. 반면 케이뱅크의 ‘코드K 자유적금’은 최고 연 3.6%, 카카오뱅크는 최고 연 2.9%를 지급한다.
토스뱅크 적금 상품은 최대 기간이 6개월로 기본금리 연 1%다. 최고 우대금리를 적용해도 연 3%다.
인터넷은행들은 그동안 수신 부문에서 시중은행 대비 높은 금리 경쟁력을 내세우며 성장했지만 금리 상승기에 부딪혔다. 시중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수신금리를 즉각 올렸지만, 인터넷은행은 상대적으로 발걸음이 무거운 모양새다.
비교적 몸집이 작은 인터넷은행 특성상 시중은행처럼 금리를 쉽게 올릴 여력이 부족한 탓으로 풀이된다. 예·적금 금리를 올리면 이자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여신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계산도 필요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수신 외에도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이 있고 판매하는 상품군도 다양한 만큼 수신금리를 올릴 여력이 충분하지만, 인터넷은행은 상대적으로 기초 체력이 부족하고 상품군도 적어 적극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인터넷은행들은 가계대출 부문에서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여신 잔액은 26조9504억원, 케이뱅크는 9조1600억원으로 전월 대비 각각 1341억원, 4300억원 불어났다.
인터넷은행의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지속 증가세다.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7개월째 감소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제공하면서 가계대출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6월 주담대 금리를 최대 0.5%포인트(p) 인하했다. 케이뱅크도 4월 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0.4%p 내렸으며, 6월에는 아파트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41%p 낮췄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