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키우는 증권사…IPO 혹한기 활로모색 '각축'
'스팩' 키우는 증권사…IPO 혹한기 활로모색 '각축'
  • 이민섭 기자
  • 승인 2022.10.0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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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주식발행 '반토막' 수준…변동성 커 투기 우려도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국내 증권사는 대형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된 만큼 활로를 찾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인수·합병(M&A)이 목적이다. 국내에는 지난 2009년 상장 통로 확대를 위해 처음 도입됐다.

증권사는 공모를 통해 자금을 모아 비상장사 M&A를 진행한다. 상장 후 3년 내 기업과 합병하지 못 할 경우 청산 절차를 밟고 투자자에 공모가 기준의 원금, 소정의 이자를 돌려준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주식 발행 규모는 3723억원으로 전월 대비 47.0% 감소했다.

이 가운데 IPO를 통한 주식 발행 금액은 1812억원으로 같은 기간 66.8% 줄었다. 또 IPO 건수는 5건으로 전월 대비 7건 줄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쏘카 1건이 전부다. 나머지는 4건은 코스닥 상장이다.

침체에 빠진 IPO 시장에서 눈을 돌려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증권사의 스팩 공략이 눈길을 끈다.

하나증권은 올해 400억원 규모의 하나금융25호스팩을 상장했다. 삼성증권 삼성스팩7호(300억원),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드림스팩1호(850억원) 등도 상장을 앞두고 있다.

앞서 스팩에 적극 나선 기업도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엔에이치스팩19호(960억원)와 엔에이치스팩20호(400억원)을 각각 상장했다. 최근엔 슈어소프트테크와 엔에이치스팩22호의 합병예비심사를 청구했다.

KB증권도 연내 스팩을 설립해 코스닥에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형 스팩 상장 이후 시장 반응을 살펴 대형 스팩을 상장하는 방안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이 대형 스팩 공모에 나서는 것은 과거와 달리 시장이 고도화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스팩 도입 초기에도 대형 스팩이 상장됐지만 합병 대상을 찾지 못 해 청산됐다.

한국거래소도 올해 2월 단점으로 지목돼온 스팩 소멸, 비상장사 존속의 합병 방식을 허용했다.

스팩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난 점도 대형 스팩 상장 경쟁을 부추겼다. 실제 올해 공모 절차를 진행한 29개 스팩의 평균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약 1118대 1이며, 의무 보유 확약을 제시하는 기관 비중도 20~30%로 확대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투기 수요가 집중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스팩은 우량 기업과 합병 소식이 있을 때 주가가 오를 수 있지만, 이유 없이 급등락을 반복하는 경우도 나오기 때문이다.

유진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비상장사의 주주, 스팩 주주 간 합병 비율 결정을 두고 갈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또 투자자가 높은 가격에 매입하고 합병 비율이 스팩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결정될 경우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minseob200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