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원지간'은 옛말…금융지주 회장·은행장 '러닝메이트' 시대
'견원지간'은 옛말…금융지주 회장·은행장 '러닝메이트' 시대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2.12.2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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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회장·행장 대립 만연…협력·승계 구도로 탈바꿈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갈등과 대립이 만연했던 국내 금융그룹의 회장과 은행장 사이의 관계가 개선되는 분위기다.

과거에는 금융그룹 회장과 은행장의 사이는 견원지간으로 묘사됐다. 관계 악화가 절정에 달해 집안싸움까지 벌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둘의 관계가 경쟁보다는 협력과 앞으로의 경영 승계 구도를 고려한 러닝메이트의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대 국내 금융그룹은 회장과 행장의 불협화음으로 내홍을 겪은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이는 회장과 행장이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견제하는 구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명목상으로는 회장이 행장보다 직급이 높지만, 당시에는 금융그룹 내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했던 만큼 은행장도 회장 못지않게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가 나쁠 경우, 그룹은 물론 금융권 전체가 들썩이는 내분이 일어나기도 했다.

일례로 2014년 발생했던 ‘KB사태’는 회장과 행장의 갈등의 정점을 보여준다. 임영록 당시 KB금융 회장과 이건우 국민은행장이 은행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다툼이 발생했다.

명목상으로는 경영 안건에 대한 의견 차이였지만 실상은 두 사람의 반목과 주도권 다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 사건은 회장 퇴출과 행장 사퇴라는, 두 최고경영자(CEO)가 함께 몰락하는 결과를 남겼다.

앞선 2011년에는 이팔성 당시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이순우 우리은행장의 갈등이 주목받았다. 은행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매트릭스 체제’ 도입을 이팔성 회장이 추진하자, 이순우 행장이 반발했고 긴 갈등 끝에 무산된 사건이다.

견원지간이었던 회장과 은행장의 관계는 2020년대 들면서 개선된 모습이다. 은행장을 선임할 때 회장과 별다른 갈등 없이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러닝메이트’ 인사를 뽑으면서다. 

이렇게 선임된 은행장은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부상한다.

대표적인 인물은 진옥동 신한은행장이다. 진 행장은 2019년 행장 취임 후 올해까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호흡을 맞춰왔다. 2+2년의 이례적인 임기를 부여받아 비교적 오랜 기간 재임한 진 행장은 그룹 내에서 입지를 키워 결국 차기 회장으로 선정됐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2015년 통합 하나은행의 초대 행장에 오른 뒤 연임을 거치며 김정태 전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 후보로 주목받았다. 행장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그룹 부회장직을 맡아 승계 구도를 굳혔고, 결국 올해 회장으로 영전했다.

허인 KB금융 부회장 역시 2017년 윤종규 회장이 회장과 행장직을 분리하면서 은행장으로 선임됐다. 허 부회장은 윤 회장과 4년간 호흡을 맞추며 은행을 이끌었고, 그룹 부회장에 오른 현재는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그룹의 지배구조가 여러 차례 개편되면서 안정된 만큼 이전처럼 큰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