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펀드 인삼공사 분리상장·사외이사 공세 '난감'…3월 주총 '주목'
KT&G는 코로나19 악재에서도 궐련과 전자담배 사업 성장으로 ‘매출 5조원’ 역사를 썼다. 백복인 사장은 ‘2027년 매출 10조 달성’을 앞세워 글로벌 톱티어(Top-Tier)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올해부터 성과를 가시화한다.
다만 다가오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펀드들의 공세는 백 사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 3월 예정인 주총 결과가 KT&G 사업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글로벌'…2027년 매출 10조 시대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백복인 KT&G 사장은 최근 미래 비전 선포식을 통해 ‘글로벌 톱티어 기업’ 도약과 ‘2027년 매출 10조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KT&G는 국내 최대 담배기업이다. 또 ‘정관장’ 홍삼을 필두로 건강기능식품이 주력인 KGC인삼공사를 자회사로 뒀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자산총액(2022년) 기준 36위의 대기업이다. 지난해 추정 매출은 약 5조9000억원으로 전년 5조2283억원보다 13%가량 늘었다. 백 사장은 코로나19 첫 해인 2020년 매출 첫 5조원을 돌파한지 2년 만에 6조에 육박하는 매출 성과를 얻을 전망이다. 그는 앞으로 4년 뒤 담배,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올려놔 매출 10조원 규모의 회사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KT&G 매출 10조 시대 달성의 관건은 ‘글로벌’에 있다. 백 사장은 담배사업 양축인 NGP(차세대제품, 전자담배)와 궐련, 건강기능식품을 3대 핵심사업으로 삼고 해외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각 사업별 구체적인 목표 수치도 밝혔다. 궐련담배 매출 3조8000억원, NGP 2조800억원, 건강기능식품 2조1000억원이다. 총 8조원 규모로 지난해 4조9000억원(추정치) 대비 6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전체 매출에서 글로벌 사업 비중은 지난해 33%에서 2027년 50% 이상(부동산 제외)을 바라본다. 백 사장은 이를 위해 4조원 가량의 대규모 설비투자(CAPEX)를 단행한다.
◇'적과의 동침' 필립모리스와 15년 장기계약
KT&G는 주력인 궐련, 전자담배 모두 국내에서 최강자다. 궐련담배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5.2%로 라이벌이 없다. 전자담배시장도 같은 기간 48.5%로 1위다. ‘릴(lil)’을 앞세워 지난해부터 이 시장 개척자인 한국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를 제쳤다. 다만 국내 전반으로 비흡연 분위기가 확산되고, 전자담배시장이 커지는 대신 연초(궐련)시장은 점차 축소되는 만큼 전체 담배시장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백 사장이 재도약을 위해 글로벌 시장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다.
KT&G의 글로벌 궐련담배 사업은 앞으로 유망시장 중심의 해외법인 확대, 현지 생산망 구축, SCM(공급망관리) 고도화로 성장을 꾀한다. 현재 10개 해외법인(지사 1개소 포함), 4개 글로벌 공장을 운영 중인 KT&G는 ‘글로컬리제이션(세계화와 현지화 동시 추구)’ 전략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담배는 필립모리스(PMI)의 전략적 동맹을 발판 삼아 수출국 확대에 초점을 맞춘다. KT&G는 2020년 1월 경쟁사이자 글로벌 최대 담배기업 PMI와 손을 잡았다. 백 사장이 자체적으로 릴의 해외 판매망 확장이 여의치 않자 PMI와 전략적 동맹관계를 구축한 것이다. 당시 업계에선 한창 릴-아이코스 간 경쟁이 치열했던 터라 무척 파격적이란 반응이 많았다. 릴은 필립모리스 해외 유통망을 활용해 지난해까지 러시아 등 31개국에 진출했다. 충분한 실리를 챙겼다는 점에서 백 사장의 묘수가 들어맞은 셈이다.
KT&G는 지난달 말 PMI와 한 번 더 ‘적과의 동침’을 이어가기로 했다. 2037년까지 15년간이다. KT&G는 향후 15년간 글로벌 NGP사업에서 연평균 매출 성장률 20.6%, 스틱 매출수량 성장률 24.0%를 기대하고 있다.
궐련과 NGP의 글로벌 사업이 목표대로 순항하면 백 사장의 입지에 더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백 사장은 2015년부터 KT&G 경영을 맡아왔다. 백 사장의 남은 임기는 내년 정기주주총회 때까지다. 백 사장 입장에서는 미래비전 추진을 본격화하는 올해 성과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제2의 '칼 아이칸' 재현 우려
KT&G를 둘러싼 행동주의펀드 공세가 날로 심화되는 점은 백 사장에게 부담이다.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 안다자산운용 등 행동주의펀드들은 KGC인삼공사 분리상장, 주주환원 확대, 주주들이 지명한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면서 KT&G를 흔들고 있다. 2006년 ‘기업사냥꾼’으로 악명 높은 칼 아이칸(Carl Icahn)이 KT&G 지분 인수로 경영권을 위협하면서 150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사례가 다시금 떠오르는 대목이다. KT&G 안팎에서는 이 같은 일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행동주의펀드들은 특히 올 3월 정기주총을 끝으로 임기가 종료되는 사외이사 2명 자리를 두고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 황우진 전 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 김도린 전 루이비통코리아 임원 등을 후보로 내세웠다.
KGC인삼공사의 실적 안정화도 시급한 과제다. FCP는 허철호 인삼공사 사장의 경영 적격성까지 문제 삼을 정도로 압박하고 있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직격탄을 맞으면서 2019년 연결기준 매출액 1조4689억원, 영업이익 2021억원에서 2021년 1조3777억원, 1202억원으로 각각 6.2%, 40.5% 감소했다. 다행히 지난해 3분기부터 회복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홍삼사업이 전체 매출의 90%에 가까울 정도로 사업다각화가 더뎠던 까닭에 코로나와 같은 대형 악재 때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KT&G는 그럼에도 인삼공사 분리상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은 최근 기업설명회(IR) 당시 “(인삼공사) 분리 상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 주주가치 제고에 실익이 적다”며 선을 그었다.
이번 기획 여덟 번째 기업으로 LG생활건강을 살펴볼 예정이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