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하나은행이 올해도 상임감사위원에 금융감독원 출신 인물을 배치한 가운데, 배경을 두고 이목은 집중될 전망이다.
은행의 상임감사는 회계와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의 총책임자다. 은행의 내부통제 체계를 점검하고 경영진의 경영 활동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보수도 억대 연봉을 받으며 임기는 최소 2년 이상이 보장되는 알짜 요직이다.
다만 금감원 퇴직자가 금융사에 재취업하는 일명 ‘금피아(금감원+마피아)’ 관행을 벗어나지 못한 터라, 내부통제와 관치금융 사이에서 역할론은 불거질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양현근 전 한국증권금융 부사장을 임기 2년의 상임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양 전 부사장은 1960년생으로 금감원에서 금융투자감독국장과 은행감독국장, 기획조정국장, 은행 담당 부원장보 등을 거쳤다.
하나은행도 신임 상임감사에 민병진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내정했다. 민 전 부원장보는 1966년생으로 금감원 일반은행국과 은행감독국 국장 등을 역임했다.
두 은행은 전임 상임감사도 금감원 출신이다.
우리은행에선 저축은행감독국장을 지낸 장병용 상임감사가 2020년부터 3년간 재직했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두 명의 금감원 출신 인사를 연이어 등용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에선 일반은행 검사국장을 지낸 조성열 상임감사가 임기를 보냈다. 하나은행은 2015년부터 줄곧 금감원 출신 인사에 상임감사를 맡겨왔다.
다른 은행 역시 금감원 출신을 상임감사 자리에 앉힌 경우가 대다수다.
일례로 국민은행의 경우 상호여전감독국과 감독총괄국, 은행 담당 부원장보를 역임한 김영기 상임감사를 지난해 신규 선임했다. 신한은행도 같은 해 은행감독국장과 비은햄당당 부원장보 출신인 유찬우를 상임감사에 앉혔다.
이 밖에 △농협은행 이익중 △부산은행 조성래 △경남은행 황대현 △대구은행 구경모 △전북은행 오승원 △광주은행 남택준 등 각 은행 상임감사 역시 금감원 국장급 이상까지 오른 인물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은행은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경우 상임감사를 의무적으로 두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외국계 시중은행인 SC제일·씨티은행,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토스뱅크 등은 상임감사 자리가 없다.
하지만 나머지 은행은 감사위원회를 두면서도 상임감사를 선임하고 있었다.
은행들이 금감원 출신 상임감사를 선호하는 것은 오랜 기간 감독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성 제고를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에서 상임감사로 영입한 금감원 출신 인사는 대다수가 금감원 재직 당시 감독이나 검사 업무를 맡은 경력이 있다.
또, 이들에게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금감원 등 당국과의 소통을 담당하는 대관업무를 맡겨 외부 감사를 유연히 대처하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금융판 ‘전관예우’를 노린 전략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금융당국 출신 인사와 금융회사 재취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따르면, 민간 금융사가 금감원 출신을 임원으로 영입한 은행은 그렇지 않은 은행보다 감독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확률이 16.4% 감소했다.
이 때문에 상임감사직을 두지 않는 은행도 금감원 출신 인사를 감사위원에 두는 것을 선호한다. 일례로 토스뱅크는 지난해 11월 신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에 은행검사국장 등을 지낸 박세춘 전 금감원 부원장을 선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출신은 감독·검사 분야에 전문성이 높아 감사위원 업무를 수행하는 데 검증된 인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