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 의사를 밝힌 이원덕 우리은행장의 후임 선정을 두고 계열사 경영 공백 등의 우려가 새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장 후임 선정 절차까지는 당초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첫 공식 인사인 만큼 관치금융 논란과 그에 따른 투명성 제고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임종룡 회장은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에 공들이고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은행장 선정 과정을 통해 회장 후보 때부터 따라다녔던 '관치'란 꼬리표를 떼려는 의지로 읽힌다.
실제 지난 24일 우리금융그룹은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우리은행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에 △이석태 우리은행 국내 영업부문장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등 4명을 선정했다.
내·외부 인사 각각 2명은 물론 우리금융지주의 주요 계파인 한일은행·상업은행 출신을 2대 2로 두고 균형을 맞췄다.
이번 은행장 선출은 자추위 내부 논의 관례를 버리고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마련해 객관적이고 다각적인 검증 절차를 밟는다.
실제 우리금융그룹은 △1단계 전문가 심층 인터뷰 △2단계 평판 조회 △3단계 업무역량 평가를 거친다. 1~3단계 검증 후 2차 후보군(숏리스트) 2명으로 압축되고 △4단계 심층 면접을 통해 5월말까지 내정자를 확정한다.
문제는 4명의 후보 모두 현직에서 2개월여간 이어지는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는 점이다.
중장기 전략 수정을 비롯한 경영 공백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캐피탈은 손태승 전 회장의 연임 논란으로 미뤄졌던 신임 대표이사가 우리은행장 후보로 선정된 만큼 내부적으로 어수선할 수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인사가 나기까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며 "계열사 인사가 지연된 상태에서 또 이동과 지연,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장기 비전은 지난해 말 뼈대를 갖춰놨다고 해도 현재는 최근 금융시장 환경 변화에 맞는 세부적인 전략을 세워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의 전략적인 경영 공백은 생길 수 있지만 중장기 계획은 늦더라도 시장 상황에 맞춰 수정해 나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문제는 현재의 금융은 관치와 정치가 섞여있는 형국"이라며 "은행장 검증 문제가 아니라 공무원식 잣대를 기업에 들이대는 행태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청렴함도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기업은 전문성과 능력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