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가습기살균제 성분을 코로 흡입하면 폐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항소심 재판의 증거로 채택됐다. 새로운 증거가 제조사 관련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하는 결정적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서승렬 안승훈 최문수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사건 2심 공판에서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연구보고서를 증거로 채택했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해 12월 발표된 것으로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이이 폐에 도달해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구는 CMIT·MIT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합성해 쥐의 코에 노출한 뒤 결과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5분 후 쥐의 폐와 간, 심장 등에서 CMIT·MIT가 확인됐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성분을 성분을 코로 들이마시면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정략적으로 입증한 첫 연구인 셈이다.
앞서 재판부는 1심에서 해당 성분이 폐 질환과 천식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없다는 이유로 업체들에 무죄를 선고했다.
옥시·롯데마트·홈플러스 등이 유죄 판결을 받은 근거는 이들 업체들이 가습기살균제 제조에 사용한 성분이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선행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이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가습기살균제에 사용한 성분이 폐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피해자 측은 증거 채택을 요구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단체들은 지난달 26일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연구 결과를 증거로 채택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피고인측 변호인은 새로운 실험결과를 항소심에서 증거로 제출하는 것을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증거채택으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항소심에서는 검찰 측과 피고인 측이 연구 결과의 신빙성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