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에 국내 상위 음식료품기업 10곳(오리온, 제일제당, 농심, 오뚜기, 롯데웰푸드, 삼양식품, 대상, SPC삼립, 동원F&B, 해태제과)의 시가총액(시총)은 일주일 새 약 1조5000억원이 증발했다.
라면·과자 가격 인하 등으로 수익성 악화 우려에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내달 라면과 과자 등 주력 제품 가격 줄인하가 예정된 만큼 음식료품기업의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9일 한국거래소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음식료품기업은 정부 압박으로 라면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이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체감물가 안정을 이유로 라면 가격 인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앞서 음식료품기업은 라면 원재료인 밀가루와 팜유 가격이 급등했다는 이유로 2021년부터 라면 가격을 올렸다.
실제 지난해 9월 농심과 오뚜기는 평균 출고가를 11.3%, 11.0% 인상했고 11월엔 삼양식품은 가격을 9.7% 올렸다.
추 장관은 “지난해 9~10월 라면 가격이 많이 인상됐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당시(라면 가격 인상했을 때)보다 50% 안팎으로 내렸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농심은 이달 27일 신라면과 새우깡 출고가를 오는 7월1일부터 각각 4.5%, 6.9%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삼양식품도 삼양라면과 짜짜로니 등 출고가를 최대 15% 내린다고 밝혔다. 오뚜기도 라면 15개 제품 가격을 최대 5.9%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밀가루 가격도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제과·제빵업체도 가격 인하에 나섰다.
롯데웰푸드는 다음 달부터 빠다코코낫, 제크 등 과자 가격을 현재보다 100원 내리며 해태제과는 아이비오리지널 값을 10% 인하한다. 또 SPC는 SPC삼립 제품 20종 가격을 100~200원씩 인하하기로 밝혔다.
제품 가격 줄인하가 예정된 만큼 투자심리는 위축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내 상위 음식료품 10곳 시총은 지난 28일 16조7770억원으로, 이달 16일(18조2100억원) 대비 1조4330억원 줄면서 일주일 새 7.8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2.3% 그친 것과 비교하면 약 3배 더 감소했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삼양식품(–30.89%) △CJ제일제당(–12.73%) △대상(–10.22%) △오뚜기(-9.38%) △농심(-8.67%) △동원F&B(-7.84%) △SPC삼립(–7.03%) △롯데웰푸드(–3.68%) △오리온(–3.48%) △해태제과(–1.12%) 순으로 시총이 줄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농심은 다음 달부터 신라면 등 출고가를 4% 이상 인하하기로 결정하면서 연간 매출액 전망치는 180억~190억원 정도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제분 회사로부터 공급받는 소맥분 가격도 5% 인하해 올해와 내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추정치가 기존 전망치 대비 각각 2~3%, 4~5% 정도 하향 조정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