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 통장' 못 나온다…비은행권 지급결제 좌초
'삼성·현대 통장' 못 나온다…비은행권 지급결제 좌초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3.07.0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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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저뱅크도 사실상 무산…김주현 "제도 내에서 탄력적으로 심사"
지난 3월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회의  (사진=금융위원회)
지난 3월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회의 (사진=금융위원회)

윤석열 대통령의 '돈 잔치' 비판에서 촉발된 금융당국의 은행권 과점해소 방안 중 하나인 비은행권 지급결제 허용은 좌초됐다.

은행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예금자보호법 울타리 밖인 데다 규제 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한국은행(한은) 지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제와 이체만으로는 은행권 과점 체제를 해소할 메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묻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4개월여 동안 진행해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운영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3월 금융위원회는 TF 2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과점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비은행권 업무영역 확대에 대해 논의했다.
 
당초 은행권 고유 업무인 입출금 계좌 개설 허용 등이 골자로 삼성생명 통장, 현대카드 통장을 통해 보험료와 카드 대금을 납부할 수 있는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다만 이날 발표된 주요 개선 방안에는 비은행권 지급결제 업무 확대·허용은 빠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동일 기능·동일 리스크·동일 규제 원칙하에 지급결제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담보제도, 유동성·건전성 관리 등에 대해 추가 검토해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한은의 규제 차익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은은 "세계에서 엄격한 결제리스크 관리가 담보되지 않은 채 비은행권에 소액결제시스템 참가를 전면 허용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비은행권 지급결제 허용을 사실상 반대했다.

한은은 "비은행권은 은행과 달리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 건전성 규제는 물론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의 적용이 배제되고 예금자보호법 적용도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은행권 과점 체제를 흔들 메기로 제시된 신생 특화은행 '챌린저뱅크' 도입도 사실상 무산됐다.

김주현 위원장은 "특정 분야에 전문화된 신규 인가 신청 시 현행 제도의 틀 내에서 신청하는 영업 특성에 따라 인적‧물적 요건 등을 탄력적으로 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특화 전문은행 필요성, 성과,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특화유형에 따른 인적·물적 설비나 건전성‧유동성 규제 차등화 등을 포함한 제도 도입방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챌린저뱅크 대표 모델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을 언급했지만, SVB가 파산하면서 특화은행에 대한 유동성·건전성 리스크가 지적됐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급결제 허용을 위해 당국과 지속적인 협의를 거쳤지만 사실상 검토라는 마침표에 아쉽다"면서도 "지급결제 허용을 중장기적인 비전으로 삼고 문제점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