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종료 발표에 유엔이 강하게 비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와 관련 유감을 표했다고 연합뉴스가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 중재로 흑해에서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을 맺었다. 전쟁 중에도 양국 농산물이 흑해를 통해 안전하게 수출될 수 있도록 합의한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자국 농산물과 비료 수출을 보장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기한 만료일인 전날 협정을 그대로 종료했다. 협정은 지난 5월17일 3번째 연장된 바 있다.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와 최대 곡물 생산국 중 하나인 우크라가 전쟁을 벌이자 세계 식량 가격은 치솟았다. 흑해곡물협정은 전쟁 후 벌어진 세계 식량난 완화에 크게 기여했으나 러시아의 협정 종료로 다시 위기를 맞게 됐다.
러시아는 자국 관련 협정 사항이 이행되면 협정에 복귀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유엔을 비롯한 각국은 러시아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협정 참가는 선택일 수 있지만, 개발도상국과 그밖에 모든 곳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서 "그들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도 이날 "러시아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귀중한 합의에 또다시 한 방 먹였다"면서 "이는 또 다른 잔혹 행위"라고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량소통조정관도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종료 선언을 규탄했다. 그는 "흑해곡물협정은 세계 식량 위기 해결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혹한 침공으로 이 같은 위기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국제적인 밀과 옥수수, 콩 가격 폭등을 목도하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는 즉각 이 같은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