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미국 SVB(실리콘밸리뱅크) 사태 등을 계기로 대출제도를 개편하고, 예금취급기관의 유동성 안전판을 강화한다.
대출금리 인하와 함께 적격담보 범위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아울러 최근 새마을금고 건전성 우려로 인한 예금 이탈과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대한 유동성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최근 미국 SVB 사태 등을 계기로 대규모 예금인출 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예금취급기관의 유동성 안전판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출제도 개편안을 27일 의결했다.
우선 금통위는 개편안에 따라 은행의 상시 대출 제도인 자금조정대출의 적용금리를 하향 조정키로 했다.
상시 대출제도는 대출 건별 심사가 아닌 미리 기준을 마련해 시중은행이 필요시 한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자금조정대출의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100bp(1bp=0.01%포인트) 높은 수준인데, 이날 금통위는 기존보다 50bp 인하한 기준금리+50bp로 의결했다.
이와 함께 금통위는 적격담보 범위도 확대한다.
현재는 국채와 통화안정증권, 정부보증채, 신용증권, 주택금융공사 MBS(주택저당증권), 특수은행채 및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격담보로 은행채와 9개 공공기관 발행채권이 대상이다.
하지만 이번 금통위에서는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격담보 범위에 포함된 은행채와 9개 공공기관 발행 채권 외에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기업이 발행한 채권(공공기관 발행채권) △지방재정법에 따라 발행한 지방채 △일반기업이 평가한 잔존만기 5년 이내 우량등급(AA- 이상) 회사채 등 우량 회사채까지 대상으로 넓혔다. 적격담보 범위가 확대된 만큼 시중 유동성 공급도 그만큼 원활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확대된 적격담보 범위는 일중당좌대출(금융기관의 일시적인 지급결제 부족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기관 간 자금 거래), 차액결제이행용적격담보증권 및 금융중개지원대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대출만기 역시 기존 최대 1개월 범위 내 연장 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을 최대 3개월 범위 내 연장 가능으로 확대해 유동성 공급 안정성을 강화했다.
이번 대출제도 개편은 이달 말부터 시행된다. 다만, 지방채와 기타 공공기관 발행채, 우량 회사채의 적격담보 포함은 전산상 문제 등으로 오는 8월31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주요국에 비해 좁은 담보증권 범위 등으로 인해 대규모 예금인출 시 일시적으로 유동성 사정에 어려움을 겪는 예금취급기관의 지원에 상당한 한계를 대포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보완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이번 대출체제 개편 취지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은 금통위는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대한 유동성 지원 강화를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상호저축은행, 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및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경우 현행 한국은행법상 은행과 동일한 상시 대출제도를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탓에 최근 새마을금고 건전성 우려로 인한 예금 인출 사태 등이 발생했을 때는 이들 기관의 중앙회에 대해 유동성 지원 여부를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유동성 확보를 위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비은행예금기관 중앙회에 대한 대출 시 은행에 준하는 적격담보 범위를 적용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한은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과 대출 차주에 대한 정보 등을 수시로 공유키로 합의했다.
또 한은은 앞으로 대출적격담보에 예금취급 기관의 대출채권까지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우선 은행에 대한 적격담보 범위를 대출채권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유관기관과 법적·실무적 검토를 통해 금통위를 통해 의결한다는 방침인데, 1년 내외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중앙회 및 개별기관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대해서도 공동 검사와 자료 제출 요구에 관한 제도적 여건을 마련한 뒤 대출채권 적격담보 범위 포함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번 한은 대출제도 개편에 대해 “금통위에서 치열하게 논의한 결과 한은법 테두리 내에서 한국은행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담았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