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주주행동주의 펀드 대표들과 만났다. 이 원장은 주주행동주의 펀드와 기업이 동반 발전할 수 있는 장기 성장 전략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이복현 금감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주주행동주의 기관 및 기업, 시장전문가 등과 ‘기업과 주주행동주의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를 했다.
통상 주주는 기업 부실에 대해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거나 경영 투명성 제고 등을 요구한다. 주주행동주의는 기업 이익을 극대화해 주주에게 그 이익을 돌려준다는 원칙을 따르는데, 투자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대주주의 전횡 저지 등을 위한 주주권 행사로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 경영에 참여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시행됐고, 2018년에는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지침을 제시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도 도입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정기 주주총회 기준 주주제안을 접수한 상장회사와 안건 수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20년 26사, 59건에서 올해 40사, 93건으로 각각 53.8%, 57.6% 증가했다. 올해 정기 주총 주주제안 가결률은 30%(28건)로 △이사선임 안건 26건 △주주환원 2건 등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복현 원장은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각계 의견을 듣고 기업과 주주, 투자자가 상생·발전할 수 있는 자본시장의 선순환 구조 형성을 위한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앞으로의 주주행동주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요구 등 다양한 활동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은 주주가치 제고와 건전한 기업지배구조 형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주주와 적극 공유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시장전문가에게 주주행동주의가 자본시장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냉철한 분석, 평가를 바탕으로 조언할 것도 당부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과 주주행동주의 기관도 현 상황에 대한 애로점을 토로했다.
기업은 주주행동주의가 기업 평판과 경영안정성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고, 주주행동주의 기관은 이들 활동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기업의 비협조에 따른 주주권 행사 어려움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다.
다만, 이들은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기업과 주주행동주의 기관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시장전문가들은 주주행동주의 기관에 기업가치 제고를 지원하는 파트너로서 활동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투자자에게 해당 활동이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공시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복현 원장은 “단기수익만 추구하는 무리한 요구는 기업의 장기 성장 동력을 저해하고 자본시장 발전에 장애물이 된다”며 “주주행동주의 기관은 장기 성장전략을 기업과 주주에게 적극 제시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금융당국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통해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고 주주는 그 이익을 다시 기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며 "금감원은 앞으로 주주행동주의 활동, 기업의 대응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살피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