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부담' 삼성가 세모녀 주식 3조3000억 처분
'상속세 부담' 삼성가 세모녀 주식 3조3000억 처분
  • 윤경진 기자
  • 승인 2024.07.1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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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라희 1조4000억 '최다'…대기업 오너가, 총 5조 매각
대기업 상속·증여 규모 1조2134억…효성, 7880억 상속
[사진=CEO스코어]
대기업집단 오너일가 보유주식 처분 규모.[사진=CEO스코어]

최근 1년 반 동안 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가 5조원이 넘는 계열사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상속세 납부를 위해 삼성가(家) 세 모녀가 전체 주식 매도 규모의 66% 이상인 3조3000억여원을 처분했다.

17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지정 대기업집단 88곳의 오너 일가 계열사 주식 처분·취득 규모를 조사한 결과 2023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18개월간 오너 일가의 주식 처분 규모는 5조67억원으로 집계됐다.

대기업 오너 일가 중 가장 많은 주식을 매도한 곳은 삼성 일가였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 등 세 모녀가 3조3157억원에 달하는 지분을 매각했다.

홍 관장은 총 1조4052억원의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 전체 주식 처분 규모 1위에 올랐다. 이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1조1500억원의 지분을 팔아 2위에 올랐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전자 주식 6159억원을 비롯해 △삼성SDS 2465억원 △삼성물산 1448억원 △삼성생명 1428억원 등을 처분했다. 또한 이서현 사장도 삼성전자(5893억원), 삼성SDS(1713억원) 등 계열사 주식을 처분해 총 7606억원을 확보해 3위에 랭크됐다.

이들 세 모녀가 3조원이 넘는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은 막대한 규모의 상속세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가는 2020년 고 이건회 회장 사망 이후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2021년 4월부터 5년 간 약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분할 납부해 오고 있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계열사 주식을 한 주도 처분하지 않았다.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삼성그룹의 지배 구도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어 주식 매각이 자칫 적대 세력의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삼성 일가 다음으로 많은 주식을 매도한 일가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으로 조사됐다. 지주사 전환에 드라이브를 건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 지분 1809억원어치를 처분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도 1359억원의 주식을 팔았다. 형제 간 계열 분리에 나선 효성그룹이 지주사를 분리하면서 조 부회장이 쥐고 있던 효성중공업 지분을 매도한 것이다.

이외에도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1017억원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 938억원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776억원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 720억원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 676억원 순으로 주식 처분 규모가 컸다.

반면 대기업 오너 일가의 주식 취득 규모는 1조원을 조금 웃도는 데 그쳤다. 이중 약 60%는 현대백화점그룹, OCI그룹, 동국제강그룹이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백화점 오너 일가(정지선·정교선·정몽근)의 주식 취득 규모가 322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OCI(이화영·이복영·이우현·이지현 등) 1938억원, 동국제강(장세주·장세욱·장선익 등) 1818억원의 순으로 지분을 취득했다.

특히 이들 세 그룹은 지주사 체제 전환, 계열 분리 등 지배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해 왔다. 이에 따른 유상증자, 공개매수청약 등의 영향으로 주식 취득 규모가 컸다.

대기업 오너 일가의 지분 상속·증여 규모는 1조2134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주식이 상속·증여된 오너 일가는 효성그룹이다. 고 조석래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효성·효성중공업 등 계열사 5개사 주식(7880억원)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에게 상속됐다. 조 회장은 6135억원어치의 4개 계열사 지분을, 조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 주식(1745억원)을 각각 상속 받았다.

3세 승계를 준비 중인 한솔그룹도 두 번째로 많은 상속·증여를 단행했다. 조동혁 한솔그룹 회장은 787억원의 한솔케미칼 지분을 장녀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에게 신탁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뒤를 이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차녀 서호정 씨에게 주식 631억원어치를 증여했다.

youn@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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