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지 엿새 만에 한동안 잠잠했던 국제사회의 관심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대반격에 실패한 이후 수세에 몰렸던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으로 전쟁의 판세를 흔들며 대반전을 꾀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AFP,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서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에 침입한 후 엿새째 지상전이 이어지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전날 정례 연설을 통해 "침략자(러시아)의 영토로 전쟁을 밀어내기 위한 우리 행동에 대해 보고 받았다"며 "침략자에게 필요한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자국군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우크라이나의 기습 공격에 허를 찔린 러시아 군은 같은 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근교 브로바리 지역을 폭격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이날 밤 키이우에서는 잇단 폭음과 공습경보가 울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러시아 군은 우크라이나의 기습 공격에 사실상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영토 일부를 적에게 내주게 된 상황을 맞이하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국경에서 각각 25㎞, 30㎞ 떨어진 톨피노와 옵스치 콜로데즈에서 우크라이나군 기동대의 돌파 시도를 차단했다"면서 "Mi-28NM 공격 헬기가 쿠르스크에 있는 우크라이나군 병력과 무기를 공격해 모든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파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군의 누적 병력 손실은 최대 1350명에 달하며 지금까지 탱크 29대 등을 파괴했다"고 말했다.
전장이 러시아 본토로 확장되면서 러시아 측 민간인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알렉세이 스미르노프 쿠르스크 주지사 대행은 텔레그램을 통해 "쿠르스크 시내 주택에 우크라이나 미사일 파편이 떨어지면서 1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타스 통신도 "현재까지 총 8만4000명 이상이 쿠르스크 국경지대에서 대피하는 등 대규모 피란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번 쿠르스크 전투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본토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최대 규모 공격으로 평가받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를 선제공격해 현재까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측이 이번 본토 타격으로 향후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하게 되더라도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고 지적한다.
만일 러시아와 협상해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더라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 공격을 통해 향후 종전 협상에서 이에 대비한 '협상 카드'를 마련한 셈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우크라이나 주재 서방 외교관은 "이번 러시아 본토 급습이 미국 대선 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국제사회 이슈로 떠올릴 수 있는 완벽한 시점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작전 이전에 우크라이나는 협상에 들고나올 것이 아무것도 없었지만 이제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장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