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의 힘' 삼양식품, 상반기 매출 78%가 해외…오로지 수출
롯데웰푸드 인도, 오리온 중국·베트남, 풀무원 미국시장 호조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 식품사(社)들이 돋보이고 있다. 안에서는 ‘물가안정’이라는 미명 하에 점점 강도가 높아지는 정부 압박, 밖에서는 불확실한 국제 정세 등 여러 고충들이 ‘산 넘어 산’이다. 그럼에도 K푸드의 전 세계적인 인기와 함께 글로벌 사업을 키운 식품기업들은 호실적으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 주요 식품기업들은 2분기 실적 발표를 마무리했다. 눈에 띄는 기업으로는 ‘업계 1위’ CJ제일제당과 매년 ‘불닭 신화’를 새로 쓰고 있는 삼양식품을 꼽을 수 있다.
◇유럽시장 공 들인 CJ제일제당, 반등 발판 마련
CJ제일제당은 작년에 우울한 한 해를 보냈다.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30조원에서 29조원으로 주저앉았고 영업이익은 30% 넘게 빠졌다. 식품을 제외한 바이오·FNT(Food&Nutrition Tech)·축산 전반의 침체가 컸다. 제일제당의 실적 부진은 CJ그룹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고 결국 수장이 교체됐다. 이후 ‘절치부심’으로 제일 잘하는 식품을 가지고 글로벌 영토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유럽·오세아니아를 중심으로 메가 브랜드 ‘비비고’를 쥐고 판로 개척에 나섰다. 지난 5월에는 프랑스에 현지 법인을 세운데 이어 최근에는 파리올림픽 기간에 맞춰 현지 소비자들에게 떡볶이·만두·주먹밥 등 K스트리트(길거리) 음식을 선보였다.
이처럼 북미·유럽 등에서 비비고가 두각을 보인 덕분에 올 2분기 해외 식품사업 매출은 작년에 매각한 중국의 지상쥐 분을 제외하면 1조3244억원으로 6% 성장했다. 특히 공을 들인 유럽시장에선 57%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국내 식품사업 매출이 1%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CJ제일제당은 해외 식품사업 호조 등에 힘입어 2분기 전체 영업이익은 14.1% 증가한 2690억원을 기록했다. 덕분에 주가는 21일 종가 기준 35만원으로 1년 전 30만4000원 대비 15.1% 올랐다.
◇삼양식품, 무서운 '불닭'의 기세
삼양식품의 기세는 무섭다. 불닭시리즈를 앞세워 작년 연매출 첫 1조원을 넘어선데 이어 올 상반기 매출액은 8101억원으로 벌써 8000억원을 웃돌았다. 영업이익은 1695억원으로 성장률은 150%다. 주목할 점은 해외사업이다. 올 상반기 해외에서 벌어들인 금액은 6211억원으로 반기 전체 매출의 78%에 이른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3478억원을 벌었다.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이 해외사업에서 나왔다. 삼양식품은 해외에 공장이 없다. 오로지 수출로 번 돈이다. 해외에 수출되는 K라면 절반 이상을 삼양식품이 맡고 있다. 지난해 불닭시리즈 누적 판매량은 50억개가 넘는다. ‘불닭의 힘’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삼양식품은 불닭 수출 초창기에 중국·일본·동남아 중심으로 판로를 개척했지만 현재는 북미· 유럽까지 판매 저변을 넓히면서 수출 규모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네덜란드에 판매법인을 설립하면서 유럽시장 공략에 힘을 더욱 실었다. 거침없는 불닭 질주에 삼양식품 주가는 무섭게 뛰었다. 21일 종가 51만5000원으로 1년 전 17만8300원보다 188.8%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3조8795억원으로 국내 최대 라면 메이커 농심(2조4635억원)을 뛰어 넘었다.
◇롯데웰푸드·오리온·풀무원도 해외서 '방긋'
이번에 호실적을 낸 다른 식품기업들도 글로벌 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롯데웰푸드는 올 상반기 100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전년 동기보다 49.8% 증가했다. 세계 1위 인구대국 인도를 비롯한 글로벌 사업에서 수익성이 개선된 덕분이다. 롯데웰푸드는 최근 자회사 ‘롯데 인디아’와 ‘하브모어’를 합병한 통합법인을 출범하면서 인도 제과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오리온도 올 상반기 중국, 베트남에서 높은 수익성 덕분에 호실적을 얻었다. 영업이익은 2468억원으로 역대 상반기 기준 최대치다. 중국법인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23.1%, 베트남법인은 16.2% 증가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외사업을 통해 창출되는 탄탄한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식품사업 확대 등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풀무원은 미국시장에서 두부 및 아시안푸드 성장, 중국에선 상온면 신제품 출시·입점 등에 힘입어 올 상반기 매출액 1조5623억원, 영업이익 325억원을 올렸다. 오리온과 마찬가지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