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전망치 0.1%p씩↓
한국은행은 22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13차례 연속 동결하며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갔다.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급증 등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인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지난해 2월부터 13차례 연속 현 수준에 묶여 있다. 기간으로 따지면 지난해 1월13일부터 이날까지 1년 7개월 9일에 이른다. 이는 한은 설립 이래 횟수와 기간 모두 최장 동결 기록이다.
정부·여당에서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시장기대도 커지는 가운데 한은이 동결 기조를 유지한 것은 불안한 부동산·금융시장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매매가격지수는 6월보다 0.76% 올라 2019년 12월(0.86%) 이후 4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4일 기준 719조9178억원으로, 이달 들어 보름도 지나지 않아 4조1795억원 불어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낮춘다면 가계대출 증가와 집값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금융안정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현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부동산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와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등 대책을 내놨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낼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번 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며 “이번 주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잭슨홀 미팅’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영향 등을 점검한 후 향후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 수준만 봤을 땐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된다”며 “금통위원 6명 가운데 4명도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9월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큰 만큼 한은도 10월 이후 금리를 내릴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금리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잭슨홀 미팅은 22일(현지시간)부터 24일까지 2박3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미 연준이 앞으로 남아있는 9월, 11월 ,12월 세 차례 FOMC에서 금리 인하를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힌트가 나올 전망이다.
한편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4%,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5%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 5월 전망보다 0.1%포인트(p)씩 하향된 수치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