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와 경찰 등으로 꾸려진 공조수사본부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것을 요구하는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조본은 전날 윤 대통령에게 29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로 나와 피의자로 조사받으라는 3차 출석요구서를 전달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공수처가 보낸 출석요구서 우편물 수령을 거절하는 등 출석과 관련해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지난 18일과 25일에는 공수처의 1·2차 출석 요구에도 불응했다.
만일 윤 대통령이 이번 3차 출석 요구에 불출석할 경우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적 수단으로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게 공수처의 입장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는 경우 체포 요건에 해당한다.
통상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게 관례처럼 돼 있어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자진 출석 기회를 한 번 더 부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현직 대통령 탄핵과 관련된 중대 사안인 만큼 강제 수사에 착수하기에 앞서 절차상 흠결 소지를 차단하기 위한 뜻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이 여러 차례 공수처의 출석요구서 수령을 거부하고 소환에도 응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오는 29일 3차 출석이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24일 "탄핵심판 절차가 적어도 가닥이 잡히고, 어느 정도 탄핵소추 피청구인으로서 대통령의 기본적인 입장이 재판관들과 국민에게 설명이 되는 게 우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윤 대통령 변호인단·대리인단이 꾸려져도 곧바로 소환에 응하기보다는 탄핵심판 절차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이번 계엄 사태에 관한 입장을 충분히 밝힌 후에야 수사기관의 조사에 응하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이 수사기관을 무시하고 '시간 끌기' 전략으로 일관한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는 만큼 계속되는 출석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공수처는 만일 윤 대통령이 오는 29일 출석하지 않을 경우 내에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되나, 경호처의 협조가 없으면 영장 집행도 사실상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