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무안참사] 미흡한 조류 퇴치에 위험 시설까지 '문제투성이'
[제주항공 무안참사] 미흡한 조류 퇴치에 위험 시설까지 '문제투성이'
  • 남정호·서종규 기자
  • 승인 2025.01.1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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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대비 지역 인근 콘크리트 구조물…부족한 새 떼 대응책
짧은 활주로 등 국내 공항 가진 개선 필요점 지적 잇따라
정부, 4월 말 '항공 안전 혁신 방안' 통해 해결책 제시 예정
지난 1일 전남 무안군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습 현장. 표시한 부분이 콘크리트 둔덕. (사진=천동환 기자)
지난 1일 전남 무안군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습 현장에 보이는 콘크리트 둔덕(붉은 점선 안). (사진=천동환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비상 대비 지역 인근에 있던 콘크리트 구조물과 미흡한 조류 탐지·퇴치 노력, 짧은 활주로 등 국내 공항이 가진 여러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분야별 긴급 안전 점검을 거쳐 오는 4월 말 발표할 항공 안전 혁신 방안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할 계획이다.

16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9시3분경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해 탑승자 181명 중 2명이 다치고 179명이 사망했다. 

◇ 피해 키운 '둔덕'

이번 사고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무안공항의 방위각 시설이 있던 콘크리트 둔덕이 꼽힌다. 사고기가 동체 착륙하며 미끄러지는 과정에서 이 시설에 충돌해 피해가 커졌는데 해당 시설이 부서지기 쉬운 재질이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전국 13개 공항의 항행안전시설을 특별점검했다. 점검 결과 방위각 시설과 그 기초대의 경우 무안공항을 포함해 총 7개 공항, 9개 시설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콘크리트 둔덕은 무안공항을 포함해 광주공항과 여수공항, 포항경주공항에 총 4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해공항과 사천공항은 방위각 시설 기초대가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으며 제주공항은 H형 철골구조로 돼 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충돌 위험 선상에 있는 구조물은 가능한 한 뭔가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쪽으로 고려해 공항 설계를 하는 쪽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비상 대비 지역 부근에 위험한 시설물을 둔 것은 굉장히 잘못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현재 위험이 있는 7개 시설은 즉시 시정조치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가운데 검은 상의)이 지난달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공항에서 사고기 탑승자 가족들 앞에서 브리핑했다. (사진=국토부)
박상우 국토부 장관(가운데 검은 상의)이 지난달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공항에서 사고기 탑승자 가족들 앞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국토부)

◇ 아쉬운 조류 충돌 대응

전문가들이 이번 사고를 일으킨 원인으로 추정하는 건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다. 무안공항 반경 3㎞ 내 과수원과 양돈장, 음식가공공장 등 조류 유인시설은 12곳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당일에도 무안군에는 거대한 새 떼가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 당시 무안공항에서 근무 중이던 조류 퇴치 인력은 1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내 조류 탐지·퇴치 시설에 대한 문제도 지적된다. 민항기가 오가는 국내 15개 공항 중 조류 탐지 레이더가 있는 곳은 1곳도 없다. 열 화상 카메라가 설치된 곳도 김포공항과 김해공항, 제주공항 3곳에 불과했다. 

이휘영 교수는 "실질적으로 무안같이 새 떼 무리가 서식하기 좋은 여건 혹은 환경이라고 하면 버드 스트라이크에 초점을 더 맞춰야 한다"며 "해외공항에서 쓰는 조류 떼를 감지할 수 있는 레이더 도입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고 열화상 모니터 기기 등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박 장관은 국토위 현안 질의에서 시설과 인력 보강 1순위로 조류 퇴치 부분을 꼽으며 더욱 많은 예산을 투입해 더 고도화되고 선진화된 첨단 관측·탐지·퇴치 시설을 마련하고 인력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진 인력 투입 등이 조류 활동에 기준하기보단 비행 편수에 기준을 한 측면이 없잖아 있다"며 "앞으로는 조류 활동 빈도에 따라 위험성이 더 높다고 보고 우선적으로 활동과 투자를 더 강화하는 기준을 세워 만들도록 하겠다"고 했다.

◇ '짧은 활주로' 유사시 괜찮나?

지방공항들의 활주로 길이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유사시 상황을 대비해 기체가 제동할 수 있는 충분한 길이를 갖춰야 한다는 견해다. 

국내 15개 공항 중 활주로 길이가 무안공항(2800m)보다 짧은 곳은 △대구공항(2755m) △군산공항(2745m) △청주공항(2744m) △사천공항(2743m) △원주공항(2743m) △양양공항(2500m) △포항경주공항(2133m) △여수공항(2100m) △울산공항(2000m) 등 9곳에 달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방 공항 활주로는 2㎞대가 하나의 스탠더드처럼 돼 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현재는 중소형 기체가 주로 다니지만 앞으로의 확장성 등을 봤을 때 지방공항이라도 3㎞대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 장관은 국토위 현안 질의에서 "종단 안전 구역도 오버런(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경우) 사고에 대비해 더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부 전문가와 협업해 좀 더 전문적이고 혁신적인 항공 안전 혁신 방안을 4월 말까지 수립할 예정"이라며 "공항마다 방위각 시설이나 EMAS(항공기 이탈 방지 시스템), 조류 문제 등을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검토해 결과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south@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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