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활주로 등 국내 공항 가진 개선 필요점 지적 잇따라
정부, 4월 말 '항공 안전 혁신 방안' 통해 해결책 제시 예정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비상 대비 지역 인근에 있던 콘크리트 구조물과 미흡한 조류 탐지·퇴치 노력, 짧은 활주로 등 국내 공항이 가진 여러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분야별 긴급 안전 점검을 거쳐 오는 4월 말 발표할 항공 안전 혁신 방안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할 계획이다.
16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9시3분경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해 탑승자 181명 중 2명이 다치고 179명이 사망했다.
◇ 피해 키운 '둔덕'
이번 사고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무안공항의 방위각 시설이 있던 콘크리트 둔덕이 꼽힌다. 사고기가 동체 착륙하며 미끄러지는 과정에서 이 시설에 충돌해 피해가 커졌는데 해당 시설이 부서지기 쉬운 재질이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전국 13개 공항의 항행안전시설을 특별점검했다. 점검 결과 방위각 시설과 그 기초대의 경우 무안공항을 포함해 총 7개 공항, 9개 시설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콘크리트 둔덕은 무안공항을 포함해 광주공항과 여수공항, 포항경주공항에 총 4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해공항과 사천공항은 방위각 시설 기초대가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으며 제주공항은 H형 철골구조로 돼 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충돌 위험 선상에 있는 구조물은 가능한 한 뭔가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쪽으로 고려해 공항 설계를 하는 쪽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비상 대비 지역 부근에 위험한 시설물을 둔 것은 굉장히 잘못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현재 위험이 있는 7개 시설은 즉시 시정조치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 아쉬운 조류 충돌 대응
전문가들이 이번 사고를 일으킨 원인으로 추정하는 건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다. 무안공항 반경 3㎞ 내 과수원과 양돈장, 음식가공공장 등 조류 유인시설은 12곳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당일에도 무안군에는 거대한 새 떼가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 당시 무안공항에서 근무 중이던 조류 퇴치 인력은 1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내 조류 탐지·퇴치 시설에 대한 문제도 지적된다. 민항기가 오가는 국내 15개 공항 중 조류 탐지 레이더가 있는 곳은 1곳도 없다. 열 화상 카메라가 설치된 곳도 김포공항과 김해공항, 제주공항 3곳에 불과했다.
이휘영 교수는 "실질적으로 무안같이 새 떼 무리가 서식하기 좋은 여건 혹은 환경이라고 하면 버드 스트라이크에 초점을 더 맞춰야 한다"며 "해외공항에서 쓰는 조류 떼를 감지할 수 있는 레이더 도입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고 열화상 모니터 기기 등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박 장관은 국토위 현안 질의에서 시설과 인력 보강 1순위로 조류 퇴치 부분을 꼽으며 더욱 많은 예산을 투입해 더 고도화되고 선진화된 첨단 관측·탐지·퇴치 시설을 마련하고 인력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진 인력 투입 등이 조류 활동에 기준하기보단 비행 편수에 기준을 한 측면이 없잖아 있다"며 "앞으로는 조류 활동 빈도에 따라 위험성이 더 높다고 보고 우선적으로 활동과 투자를 더 강화하는 기준을 세워 만들도록 하겠다"고 했다.
◇ '짧은 활주로' 유사시 괜찮나?
지방공항들의 활주로 길이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유사시 상황을 대비해 기체가 제동할 수 있는 충분한 길이를 갖춰야 한다는 견해다.
국내 15개 공항 중 활주로 길이가 무안공항(2800m)보다 짧은 곳은 △대구공항(2755m) △군산공항(2745m) △청주공항(2744m) △사천공항(2743m) △원주공항(2743m) △양양공항(2500m) △포항경주공항(2133m) △여수공항(2100m) △울산공항(2000m) 등 9곳에 달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방 공항 활주로는 2㎞대가 하나의 스탠더드처럼 돼 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현재는 중소형 기체가 주로 다니지만 앞으로의 확장성 등을 봤을 때 지방공항이라도 3㎞대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 장관은 국토위 현안 질의에서 "종단 안전 구역도 오버런(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경우) 사고에 대비해 더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부 전문가와 협업해 좀 더 전문적이고 혁신적인 항공 안전 혁신 방안을 4월 말까지 수립할 예정"이라며 "공항마다 방위각 시설이나 EMAS(항공기 이탈 방지 시스템), 조류 문제 등을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검토해 결과를 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