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건희-이맹희 상속분쟁에 주목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이정현 부장검사)는 최근 '이건희 동영상' 속 여인인 J씨를 소환해 영상 촬영 전후 사정을 확인했다.
영상의 실체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진 않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볼 때 배후 세력이 있을 것으로 의심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16일 검찰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동영상 사건은 2011년께 J씨가 한 여성의 전화를 받으며 시작됐다. "마사지를 해주면 500만원을 준다"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특별한 직업이 없던 J씨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이를 수락했다.
J씨는 다른 여성들과 이곳에서 한 노인에게 '마사지'를 했다. 일이 마무리된 뒤 그와 여성들은 각각 500만원이 담긴 봉투를 받고 빌라 밖으로 이동했다.
J씨는 당시 노인이 누군지 알지 못했다고 한다. 2011년 중국에서 입국한 그는 한국 사정엔 그리 밝지 못했던 거로 보인다. 이에 TV에 노인의 얼굴과 함께 삼성그룹 회장이란 신분이 나오자 깜짝 놀라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뱉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이 커진 건 이 사실을 이씨가 '마약 친구' 선모(46)씨에게 떠벌리면서부터다. 선씨는 CJ그룹 계열사에 다니던 형(56)에게 말을 다시 옮겼고, 이후 선씨 형제가 "큰돈을 벌 수 있다"며 촬영 계획을 내놨다는 게 이씨와 J씨의 공통된 주장이다.
다만, 이들의 진술은 신빙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무엇보다도 이들 일당이 극소수만 알 수 있는 이 회장의 은밀한 사생활에 '우연히' 접근해 영상까지 촬영했다는 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엄청난 위험을 떠안을 게 뻔한데도 '한번 찍어보자'는 식으로 계획을 짰다는 진술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들이 이 회장 측에 접근한 과정, 2년에 걸친 범행 경위 등 불리한 정황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찰이 배후를 추적하는 이유다.
검찰은 사건 당시 이 회장과 친형 이맹희 전 CJ그룹 명예회장이 극심한 상속분쟁 중이던 점을 주목한다. 이에 CJ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된 성모 부사장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등 선씨 형제 뒤의 CJ 측 그림자를 쫓고 있다.
다만 CJ 측은 이들의 범행은 회사와 무관하며, 이들이 오히려 삼성에 금품을 뜯은 이후 CJ 역시 협박했다고 주장한다. 이씨와 함께 구속된 선씨 형제는 현재 입을 닫은 상태다. 형 선씨는 CJ제일제당 부장으로 계속 근무하다 최근 구속 직후 퇴사했다.
[신아일보] 신민우 기자 ronofsmw@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