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뉴얼 대신 정체성 강조한 ‘스페셜 에디션’으로
LG생활건강의 궁중화장품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는 지난해 국내 화장품 단일 브랜드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출시 14년만이다. 실적을 견인한 것은 ‘이영애 에센스’로 불리는 ‘비첩 자생 에센스’다.
후는 왕실의 화려함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브랜드다. 브랜드명은 왕후의 권위와 아름다움을 반영했고, 로고는 관악기와 현악기의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해금을 형상화했다.
회사는 브랜드 모델도 이영애로 낙점했다. ‘대장금’으로 대표되는 이영애의 이미지는 고풍스러운 전통의 멋과 어울린다는 평이 대다수다. 때문에 2006년부터 11년간 모델 자리를 꿰차고 있다.
이영애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동남아와 중동 지역에서 인기를 끌었던 대장금 덕에 비첩 자생 에센스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는 후문이다. LG생활건강은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마케팅을 위해 이영애와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 탓일까. 후의 주력 화장품 비첩 자생 에센스는 패키징도 화려하다. 보물 1055호 백자 태항아리에서 모티브를 얻은 제품의 외형은 아름다운 곡선미를 고스란히 담아내 소장가치를 높였다는 게 LG생활건강 측 설명이다.
겉만 화려한 것이 아니다. 궁중 한방처방의 3대 비방에서 비롯된 ‘공진비단’, ‘경옥비단’, ‘청심비단’ 등을 통해 안티에이징 케어를 제공한다. 2009년 출시된 제품은 지난해 처음으로 ‘자생력’을 강화하는 성분 업그레이드를 단행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여타 장수 히트제품에서 흔히 취하는 ‘리뉴얼’ 대신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하는 전략이다. 변화무쌍한 소비자의 기호를 고려해 소통방식에 변화를 주기 보다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한층 더 강조하는 지향성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총 8번의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했는데 지난 9월에는 조선 왕실 공예의 정수이자 왕과 왕후의 책봉식에 사용됐던 ‘금보’를 모티브로 한 에디션을 선보였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후’ 브랜드의 지향은 한국 궁중문화의 아름다움을 화장품을 통해 알리는 것에 컨셉을 맞췄다”며 “주로 우리나라의 유물이나 대표되는 꽃 등을 제품 디자인에 적용해 스페셜 에디션이 출시된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김동준 기자 blaam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