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사의를 표명하며 금융당국과 하나금융 간의 알력다툼은 일단락 됐지만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 원장의 급작스런 사의표명으로 혼란에 빠진 금감원이 앞으로 금융권에 대한 고강도 채용비리 점검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히며 하나금융과의 2차전을 예고했다.
아울러 하나금융지주를 비롯해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사외이사 구성, 회장 선출 등 지배구조의 적정성 여부도 원칙에 입각해 살필 방침이다.
금감원은 유광열 수석부원장 대행체제 하에 향후 은행과 제2금융권 채용비리에 대해 원칙에 입각한 검사를 할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유광열 금감원장 직무대행은 “특별검사단 운영은 물론 제2금융권 채용비리와 지배구조 검사도 예정대로 원칙에 입각해 진행할 것”이라며 “상황이 엄중한 만큼 임직원들에게 결연한 마음으로 업무에 임할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특별검사단은 지난 7일 금융감독원 신임 감사에 내정된 김우찬 전 서울고등법원 판사가 운영을 총괄하며 최 원장의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번 사태로 공정성과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은 금감원은 최 원장의 사임 이후 분위기 쇄신을 위해 엄격한 기준으로 금융권 채용비리 검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비롯한 고위 임원들도 모두 채용 비리 점검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그동안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임원이 추천할 경우 서류전형을 면제해주는 임원추천제를 관행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이는 은행 인사 내규에도 존재하지 않아 특혜 시비가 일 수밖에 없다. 최 원장에 적용된 잣대를 적용할 경우 특정인을 추천한 하나금융 고위 임원들한테도 파장이 미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수년 전 최 원장의 채용 관여 의혹이 하나금융이나 하나은행 내부자가 아니면 알기 어렵기 때문에 하나금융 측에서 흘러나온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금감원과 하나금융은 지난해부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과 채용비리, 사내외이사 교체 등 문제를 두고 계속 충돌해왔다.
지난 1월 금감원이 “특혜 대출 등에 대해 검사가 진행 중이니 회장 선출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하나금융은 이를 무시하고 김 회장의 3연임을 강행했다. 이에 최 원장은 “그 사람들이 금감원의 권위를 인정 안 하는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정태 회장의 3연임 시도에 대해 금융당국이 나서 셀프 연임이라고 비판하자, 하나금융은 민간 기업에 대한 부당한 인사 개입이라며 날을 세웠다.
한편 전국금융노조 관계자는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당연시하려는 물타기 시도로 배후에서 최 원장이 하나금융 사장 재직 시절 발생한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