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부담되는 현실 받아들인 듯… 올해 경제성장률 2.6~2.7% 전망
문재인정부가 집권 3년차에 접어든 가운데,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3대 축으로 '함께 잘 사는 혁신적 포용국가' 실현에 본격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내년 경제정책운영 방향으로 '민간투자'에 방점을 찍었다.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 주 52시간제 도입 등 정부 주도의 경제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침체된 경제와 고용부진 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최근 '성과'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1년7개월간 민생경제보다는 대북 문제에 집중했다는 데 대해 국민 반감이 큰 상황이 문재인정부의 기조 변화를 불가피하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이번 기조변화에는 갈수록 떨어지는 대통령 지지율과 집권 3년차에 접어들면서 먹고 사는 문제만큼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야한다는 절박함이 엿보인다.
정부는 기업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모든 공공시설사업을 민간이 할 수 있도록 해 12조원 이상의 민간투자가 조기에 일어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임기 내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최저임금을 개선해 2020년 개선된 결정 구조를 결정하고, 주력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 '실사구시' 경제 정책으로 방향 전환
문재인정부의 올해 제1과제는 지난해 뇌관으로 자리잡았던 '경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활력을 일자리와 민생에서 주여주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 초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바탕으로 실험적인 경제 정책을 고집했지만 부작용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이에 성과 위주의 '실사구시' 경제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마지막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경제 활력을 높이면서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고용과 민생의 어려움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경제성과를 위한 정책혁신을 주문했다.
지난 연말 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리 경제의 활력 제고를 위해 '민간의 투자 활성화'를 첫 번째 과제로 선정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일자리·소득주도성장'이 첫 번째 과제였던 것과 달리 올해에는 '일자리·소득주도성장' 관련 내용은 '경제·사회의 포용성 강화'라는 이름으로 세 번째 과제로 밀려났다.
경제 정책의 우선순위가 '소득분배'에서 '경제 활성화'로 수정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경제정책 좌표를 일부 수정한 것은 소득주도성장 기조가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12조원 이상의 민간투자가 조기에 일어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투자촉진을 위한 16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공공시설 등에 대한 투자도 민간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민간투자법상 도로·철도 등 53종 시설만 민간투자사업(이하 민자사업)이 될 수 있는데, 이를 '포괄주의 방식'으로 바꿔 모든 공공시설에 대해 민자사업이 가능하도록 상반기 중 법 개정이 추진된다.
그간 정부가 꺼렸던 SOC(사회간접자본) 투자집행과 대기업의 투자 프로젝트에 대해 길을 열어준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경제 활력과 고용 창출을 유발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로서는 더 이상의 경제 지표 악화를 막겠다는 의지인 것으로 보인다.
◇ 최저임금·근로시간단축 등 노동현안 적극 보완
노동 현안 중 지난해 가장 많은 논란을 낳았던 최저임금의 결정 구조에 대한 개선이 오는 2월 법 개정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 최저임금은 공익위원 9명과 사용자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재적인원의 과반수 출석과 출석인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해 결정한다.
하지만 매년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 간 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이때문에 파행을 거듭하면서 결정 시한을 넘겨왔다.
또 최저임금위원회의 인원 구성상 정부가 선정하는 공익위원이 손을 들어주는 쪽의 입장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공정성과 객관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 1월 중 정부안을 마련하고 국회 논의를 거쳐 2월 중 법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정부안 마련에는 최저임금제도 개선 TF안과 계류돼 있는 관련 법안,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해 구체화하되, 청년·고령자 등 대상별 간담회와 지역별 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는 설명이다.
최저임금 결정 구조는 최저임금 인상 범위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결정하는 위원회와 그 범위 안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위원회 등 이원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2018년 대비 10.9% 인상이 결정된 2019년도 최저임금의 영향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조치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주 52시간제 보완을 위한 논의도 이어간다. 정부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방안을 확정하고 2월 중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노사 양측의 입장을 절충해 탄력근로제 단위시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안을 제시했다.
◇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기조 변화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경제활력을 제고해 국민에게 구체적인 정책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절박함에도 이미 내년 경기 전망이 워낙 어둡고 저성장 기조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가 지난해와 같은 2.6~2.7% 레인지(등락범위)로 전망했다.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레인지로 제시한 것은 2005년 이후 14년 만이다.
이는 정부도 경기 수준이 얼마나 더 둔화될지 명확히 가늠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수출과 소비 등이 견조한 흐름을 지속했지만, 3·4분기 들어 건설·설비투자 부진이 심화되면서 성장세가 약화된 부분을 반영해 올해 경제도 2.6~2.7%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부의 일자리 확대 노력에도 취업자 수는 지난해보다 5만명 늘어난 15만명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2019년 예산 469조6000억원. 지난해 428조8000억원보다 40조7000억원(9.5%) 더 늘어났다. 여기에 일자리 예산만 22조9000억원이다.
그럼에도 내년 경제가 2%대 성장에 머물것이라고 본 셈이다.
우리 경제 현실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17년 31만4000명 증가했던 취업자 수도 올해는 15만명 정도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정부가 내놓는 경제 전망은 경제 심리 악화를 막기 위해 다소 낙관적으로 점쳐지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를 감안했을 때 국내 경제 위기가 예상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