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는 올해도 추석 명절을 앞두고 친척들과 함께 충청북도 야산에 위치한 조상의 묘를 찾았다. 일 년 사이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서둘러 벌초를 시작했지만 부주의로 벌집을 건드려 벌에 쏘이고 말았다.
잠시 후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고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어 급하게 인근 병원의 응급실을 찾았고, 처방에 따라 에피네프린 주사를 맞고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4~2018년) 벌 쏘임 사고로 인해 병원을 찾은 환자의 수는 총 7만72명이며, 그중에서 7~9월에 발생한 환자가 5만2183명으로 전체 환자 수의 74.5%를 차지했다.
특히 8월과 9월은 말벌의 산란기로 개체 수가 급증하고 공격성이 강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야외활동이 증가하는 가을철 벌 쏘임 사고 예방법과 응급 처치 방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야외활동 벌 쏘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정된 탐방로를 벗어나 풀숲이 우거진 곳에 들어가는 것을 삼가고 예초기로 풀을 제거하는 할 때는 땅속에 집을 짓는 장수말벌과 땅벌의 벌집이 만들어져 있는지 미리 확인 후 벌초를 시작해야 한다. 만약 벌집을 건드렸다면 엎드리지 말고 재빨리 20m 이상 떨어진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또한 벌을 자극할 수 있는 향수·화장품·헤어스프레이 사용을 자제하고 주스·청량음료·과일 등 단 음식 소지에 주의한다. 말벌은 어두운색에 강한 공격성을 보이므로 흰색이나 노란색 등 밝은 계열의 긴소매 옷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벌에 쏘인 경우 깨끗이 소독한 족집게, 얇고 단단한 카드 등의 도구를 이용해 벌침을 제거한 뒤, 쏘인 부위를 깨끗한 물로 씻고 얼음주머니 등으로 차갑게 해주어야 한다. 말벌의 독은 알칼리성이므로 레몬이나 식초 등 산성 물질을 바르는 것이 효과적이며 꿀벌의 독은 산성이기 때문에 비누 등 알칼리성 물질로 상처를 씻어주면 벌독을 중화하여 응급처치가 가능하다.
벌독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은 쏘인 자리가 아프고 붓는 가벼운 증상이 대부분이지만 알레르기가 있다면 저혈압, 전신 무기력증, 실신 등을 동반한 아나필락시스 쇼크(중증 과민성 알레르기 반응)에 빠져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그러므로 알레르기 증상을 경험한 사람은 상비약으로 항히스타민제를 미리 지참하고 벌에 쏘인 뒤 호흡곤란, 어지러움, 발진 등의 전신 증상이 있는 경우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최연승 시화병원 제2일반외과 전문의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