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비주력 계열사 구분, 합병·분할 등 체질개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 맞춰 또 한 번 도약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각 기업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사업의 역량을 끌어올리는가 하면,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본지는 국내 50대기업의 근황을 차례로 살펴보고 각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짚어본다.
올해 상반기 기준 총자산 9조2800억원인 이랜드그룹은 2020년 창사 4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40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랜드그룹은 운영 효율성 증대를 위해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흡수합병하는 등 소유구조 단순화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룹은 창업주인 박성수 회장이 지난해를 끝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가운데, 전문경영인들이 각 계열사를 맡아 전문성·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보세옷가게서 국내 대표 라이프 스타일 기업으로 성장
이랜드그룹은 서울대 건축공학도 출신인 박성수 회장이 1980년에 창업한 보세옷가게인 ‘England’가 시작이다.
이랜드그룹은 이후 우수한 상품력을 갖췄다는 입소문으로 패션 프랜차이즈업까지 손을 뻗어 창사 13년 만인 1993년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면서 국내 굴지의 패션 기업으로 거듭났다.
특히 이랜드그룹은 1994년 유통 시장에 진출, 아울렛이라는 새로운 유통채널을 선보인 것을 계기로 중견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했다. 2년 후인 1996년엔 호텔&리조트 사업에도 도전장을 냈다.
2003년부터는 △‘데코’ △‘뉴코아’ △‘해태유통’ △‘한국콘도’ △‘탕콤’(베트남) △‘동아백화점’ △‘우방랜드’ △‘Mudra’(인도) △‘Belfe’(이탈리아) △‘Lario’(이탈리아) △‘만다리나 덕’ 등 국내외 기업을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전략적 인수합병(M&A)을 추진했다.
그 결과, 이랜드그룹은 △글로벌 패션 △호텔&리조트 △엔터테인먼트 △푸드&베버리지 △리테일 비즈니스 △컨스트럭션 등 총 6대 사업 영역, 140여개 브랜드를 보유한 한국의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해외사업의 경우, 중국·미주·유럽 등 전 세계 11개국에 진출한 것을 비롯해 인도·베트남·스리랑카·캄보디아 등에 글로벌 생산기지를 구축하며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2018년 기준 △100여개의 패션 브랜드, 연매출 4조원 △50여개의 국내외 백화점·아울렛, 연매출 5조원 △4400여개 객실의 호텔&리조트, 연매출 3000억원 △24개의 뷔페 브랜드, 연매출 7000억원 △이월드, 연 300만명 관광 △이랜드 크루즈, 연 120만명 이용 등의 기록을 써냈다.
◇지주사는 이랜드 월드, 최대주주는 박성수 회장
이랜드그룹은 현재 △패션 부문 ‘이랜드 월드’를 중심으로 △유통 부문 ‘이랜드 리테일’ △호텔·리조트 부문 ‘이랜드 파크’ △외식 부문 ‘이랜드 이츠’ △건설 부문 ‘이랜드 건설’ 등 20여개의 계열사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이랜드 월드가 △이랜드 리테일 28.7% △이랜드 파크 51.0% △이랜드 건설 65.2% △이월드 9.3% △올리브스튜디오 98.2% 등의 지분을 보유하며 사실상 이랜드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랜드 월드의 최대주주는 총수인 박성수 회장으로, 박 회장이 보유한 이랜드 월드의 지분은 40.7%다. 나머지 59.3%의 지분 가운데 8.1%는 배우자인 곽숙재씨가 보유 중이다.
앞서 올해 1월3일, 이랜드그룹은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의 운영 체제를 강화하고 독립경영 체제를 확고히 하기 위한 체제개편을 단행했다.
당시 박성수 회장은 미래 먹거리 발굴과 차세대 경영자 육성에만 전념하겠다며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현재 박성수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 누구도 이랜드그룹에서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의 자리는 전문성과 리더십이 검증된 주력 계열사의 경영진들로 채워졌다.
이랜드 월드는 김일규 신임 부회장이 총괄하고 최운식 상무가 패션부문 대표를 맡았다. 이랜드 리테일은 최종양 신임 부회장이 법인 전체를 지휘하며 사업부문 대표에 석창현 상무가, 상품부문 대표에 정성관 상무가 각각 선임됐다.
이랜드 파크는 10월2일자로 선임된 윤성대 대표가 호텔과 리조트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이와 관련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 후) 각 법인별 이사회를 통해 모든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시행되고 있다”며 “법인단위 주요 사안은 법인별 이사회를 통해 논의되다보니 각 법인별 책임경영과 독립경영이 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박성수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최대주주로서 회사경영에서 지배력을 꾸준히 행사할 것이란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계열사 합병·분할 등 체질개선 박차…전문성·효율성 강화 차원
이랜드그룹은 올해 들어 계열사 합병과 분할을 통해 체질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함으로써 소유구조를 간소화하고 이를 통해 운영 효율성을 증대하겠다는 게 그룹 측의 계획이다.
실제 이랜드그룹은 올해 8월 이사회를 열고 오는 11월8일자로 이알홀딩스와 큐리어스익스프레스홀딩스, 이랜드제주리조트 등을 이랜드 월드에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케이스위스의 경우 올해 8월11일자로 중국 엑스텝인터내셔널 홀딩스에 매각했다.
반면, 급변하는 외식 트렌드 변화로 업계의 부침이 심한 상황에서도 지난해 급격한 실적개선을 이뤄낸 이랜드 파크는 외식사업 부문의 전문성 확보 차원에서 올해 7월, 별도 법인으로 물적분할된 ‘이랜드 이츠’를 설립했다.
이랜드 파크는 대신 호텔&리조트, 엔터테인먼트 등 레저사업에 집중함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유상증자를 통한 재무 건전성 강화에 나섰다.
이랜드 월드와 이랜드 리테일이 각각 306억원과 294억원을 출자해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유상증자의 신주 청약일은 이달 31일이다. 이랜드 파크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된 자금을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이랜드 리테일은 기업공개(IPO)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랜드 리테일이 상장될 경우, 이랜드그룹 창사 이후 첫 번째 자체 법인 상장이 된다.
이랜드그룹은 이월드와 이리츠코크렙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 등 2개의 상장사가 있지만 이월드는 인수합병(M&A)으로, 이리츠코크렙은 공모를 통해 상장된 사례다.
이랜드그룹은 “이랜드 리테일 상장은 기업 투명성 제고와 신뢰도 상승 등 기업 가치를 높여 줄 뿐만 아니라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그룹의 의지를 확고히 보여 주는 것”이라며 “대내외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공적으로 상장을 마무리 해 재무구조 건실화를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는 그룹의 의지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40년 가치 집중…글로벌·상생이 핵심
이랜드그룹은 지난 40년을 발판 삼아 새로운 40년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이랜드그룹의 모태이자 국내 첫 프랜차이즈 패션을 알린 이랜드 월드와 처음으로 종합아울렛이란 업태를 국내에 소개한 이랜드 리테일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운다는 포부다.
이랜드그룹에 따르면 이랜드 월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라는 개념조차 없던 1990년대 초부터 소비자들에게 가성비의 가치를 제공해 왔으며, 앞으로도 가성비를 중심으로 하는 동시에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까지 충족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또 ‘후아유’, ‘스파오’, ‘미쏘’ 등 국내를 대표하는 SPA 브랜드들을 론칭·성장시킨 경험을 토대로 국내는 물론 미국·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랜드그룹은 “앞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패션 넘버 원(Global Fashion NO.1)’이라는 비전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랜드 리테일은 미래의 성장기반을 ‘지속가능성’에 두고 경제적·사회적 가치창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이랜드 리테일은 우선 입점·도급·납품 등 3대 협력업체와 상생할 수 있도록 윤리경영실, 동반성장팀 등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역 산지나 지자체와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한 판로확대 계기를 마련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아울러 소비자, 투자자, 시민사회단체, 지역사회, 정부 등과 적극 소통함으로써 이해관계자 의견이 경영활동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이랜드 리테일은 이와 함께 ‘바르게 쓰기 위해 일한다’는 ‘나눔’ 경영이념에 따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공헌활동을 확대하고 꾸준한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