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상·동원·농심·롯데 등 내수침체 딛고 4대 시장서 수출확대 '노력'
식품업계의 해외시장 공략이 활발한 가운데, 우리 농식품의 Top(톱)4 수출시장으로 꼽히는 일본과 중국, 미국, 베트남에서의 성장세가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 10월 기준 농식품(수산 포함) 수출액은 78억6206만달러(9조20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늘어난 수치다. 특히 한국식품 수출이 가장 많은 4대 시장 모두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점은 눈에 띈다.
실제 최대 수출시장인 일본은 아베정부의 수출규제에 따른 양국의 정치적인 갈등에도 불구하고 10월 누계 기준으로 전체 수출 평균치를 상회한 2.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액은 17억8871만달러(2조1000억원)으로 전체의 22.8%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은 13억3213만달러(1조5600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의 상승세를 나타냈고, 세 번째로 큰 미국은 9.5%의 증가율을 보이며 9억5352만달러(1조1200억원)를 기록했다. 동남아 한류 중심지로 꼽히는 베트남은 3억4121만달러(4000억원)어치의 한국식품이 유통됐는데, 증가율만 따지면 4대 시장에서 가장 높은 16.0%나 성장했다.
이처럼 한국식품이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이유 중 하나로 국내 주요 식품기업의 활발한 해외 마케팅을 들 수 있다. 식품업체들은 4대 시장을 중심으로 저마다의 강점을 앞세워 우수한 맛과 품질을 홍보하고 있는데, 특히 한국적인 특색이 강한 김치와 김을 비롯해 라면과 조제분유 등이 해외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치의 경우 10월까지 8729만달러(1022억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8.8%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지난 2013년 이후 7년 만에 ‘1억달러’ 수출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대상 종가집과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등 인기 브랜드들이 최대시장인 일본 외에도 미국과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한류를 등에 업고 공격적인 프로모션과 시식행사를 진행하며 김치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인 영향이 크다.
여기에 풀무원이 지난해 미국의 월마트·크로거 등 대형마트에 입점한지 1년 만에 현지 김치시장(대형마트 기준) 점유율을 40% 이상 끌어올리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실제 김치의 대(對)미국 수출액은 1195만달러(14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80.6% 급증했다.
‘식품업계의 반도체’로 불리는 김 수출도 6.3% 늘어난 4억8609만달러(5700억원)로 집계돼 3년 연속 5억달러 수출은 무난할 전망이다.
과거에는 우리를 비롯해 일본과 중국 등지에서만 주로 소비가 됐으나, 현재는 동원F&B와 CJ제일제당, 대상 등 식품대기업들이 각 시장별 취향을 고려한 다양한 김스낵을 앞세워 미국과 유럽, 동남아 등지까지 소비저변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일본 10.4%, 중국 40.0%, 미국 15.2%, 베트남 22.8% 등 4대 시장에서의 한국산 김 수출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K-푸드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라면은 8.9% 늘어난 3억8236만달러(4500억원)로 집계됐다. ‘신라면’으로 대표되는 농심과 ‘불닭볶음면’의 삼양식품이 매운 라면 등은 해외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농심은 미국과 일본, 베트남 등 해외법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3분기 기준 142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17.3%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미국에서 코스트코·월마트·크로거를 비롯한 주류 대형매장에서의 프로모션을 통해 ‘1등 한국라면’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삼양식품도 해외에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먹방’ 등으로 불닭볶음면의 인지도가 꾸준히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중국의 대형 총판업체인 ‘유베이’와 계약을 연장하면서 중국 전역의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으로, 3분기 기준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39%나 증가한 704억원의 성과를 올렸다.
조제분유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한동안 수출이 주춤했지만 10월까지 3.5% 늘어난 7866만달러(921억원)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억달러 재달성이 긍정적이다.
롯데푸드·매일유업 등 유업체가 중국 수출 의존을 낮추기 위해 베트남과 대만, 몽골, 파키스탄 등지로 거래선을 다변화한 측면이 크다. 특히 롯데푸드는 대만의 유통업체 위강그룹과 올해부터 2024년까지 5년간 1억달러 분유 수출계약을 맺고, 베트남 수출제품 라인업을 확장하는 등의 노력을 쏟고 있다. 매일유업도 기존 분유 외에 무유당분유·조산아분유를 비롯한 특수분유가 중국 당국에 정식 등록되면서 시장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수 불황으로 식품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 분위기이지만, 해외에서는 한류 인기라는 호재와 함께 한국식품 인지도가 높아져 식품업체들이 수출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도 식품업계의 수출판로 개척은 더욱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