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50대기업해부39] 장세욱 체제 동국제강, 체질개선 성공
[신아-50대기업해부39] 장세욱 체제 동국제강, 체질개선 성공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12.1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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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판부터 컬러강판까지 수익모델 다변화, 불황 타개 박차
사업 구조 개편 통한 수익 확대 가시화…내년도 실적 기대
동국제강 부산공장 전경. (사진=동국제강)
동국제강 부산공장 전경. (사진=동국제강)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또 한 번 도약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각 기업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사업의 역량을 끌어올리는가 하면,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본지는 국내 50대 기업의 근황을 차례로 살펴보고 각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짚어본다.

올 상반기 기준 총자산 6조5240억원인 재계 53위 동국제강그룹은 주력 상품인 컬러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하면서 불황 타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장세욱 부회장이 지난 2015년 단독대표에 오른 이후 그룹은 사업구조 개편과 체질 개선을 통한 수익 확대에 집중하고 있어 결과를 두고 이목은 집중될 전망이다.

◇업황 부진 등 경영 위기…장세욱 부회장 체제 돌입

동국제강은 민간자본으로 설립된 가장 오래된 철강기업이다. 동국제강은 창업주인 고(故) 장경호 회장이 지난 1954년 회사를 설립한 이후 3남인 고 장상태 2대 회장을 거쳐 현재 장상태 회장의 장남인 장세주 회장과 차남 장세욱 부회장이 그룹을 이끌어 왔다.

그룹은 올해 9월말 기준 장세주 회장이 동국제강 지분 13.5%를 보유하고 있고, 장세욱 부회장은 9.3%의 지분을 가졌다. 장세주 회장의 장남 장선익 이사와 차남 장승익 씨는 각각 동국제강 지분 0.5%, 0.25%를 보유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물류업체 ‘인터지스’(48.3%), 정보통신기술(IT)업체 ‘디케이유엔씨’(100%), 시설물유지·관리업체 ‘페럼인프라’(11.8%), 평택당진항 부두운영업체 ‘당진고대부두운영’(21.2%)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장선익 이사는 지난 2007년 1월 전략경영실에 입사한 뒤, 미국·일본법인 등을 거쳐 2015년 법무팀, 2016년 전략팀에서 근무해 왔다. 이후 2017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비전팀장(이사)로 발탁됐다.

장세주 회장은 지난 2001년부터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아왔지만 2015년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게 되면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동국제강은 2015년 6월 장세주 회장의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장세주 회장은 지난 2016년 재판에서 징역 3년6월과 추징금 약 14억1900만원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2018년 4월 만기 6개월을 남기고 가석방됐다.

그는 지난 11월20일 사내에서 열린 ‘2019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연설을 하면서 처음으로 임직원들 앞에 섰지만, 아직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지 않다.

동국제강그룹은 올해 9월말 기준 장세주 회장이 동국제강 지분 13.5%를 보유하고 있다. 장세욱 부회장의 동국제강 지분은 9.3%다. 그룹은 4세 경영도 준비하고 있다. 장세주 회장의 장남 장선익 이사는 유력한 후계자로 꼽힌다. (이미지=공정거래위원회 재구성)
동국제강그룹은 올해 9월말 기준 장세주 회장이 동국제강 지분 13.5%를 보유하고 있다. 장세욱 부회장의 동국제강 지분은 9.3%다. 그룹은 4세 경영도 준비하고 있다. 장세주 회장의 장남 장선익 이사는 유력한 후계자로 꼽힌다. (이미지=공정거래위원회 재구성)

장세주 회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장세욱 부회장은 단독 대표 체제에서 동국제강을 이끌어 오며 그룹 재건을 위해 힘써왔다.

동국제강은 지난 2015년 당시 장세주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 이외에도 사업 부진에 따른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으며 경영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었다. 동국제강의 경영 위기는 경기 부진과 중국 철강업체의 저가 공세 등 공급 과잉 여파가 컸다.

동국제강의 구조조정은 장세욱 부회장이 대표 자리에 오르기 전부터 시작됐다.

동국제강은 지난 2013년 포항1후판공장을 매각했다. 지난 2014년 6월에는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했다. 2015년 1월에는 알짜 계열사로 분류됐던 표면처리 강판업체 ‘유니온스틸’을 흡수합병했다.

그해 4월에는 서울 중구 수하동에 위치한 사옥인 페럼타워를 4200억원에 매각하고, 같은 해 5월에는 회사가 보유한 포스코강판 지분 전량을 매각해 103억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하는 등 재무구조 안정성 확보에 힘썼다.

◇성공적인 구조조정, 지속경영 ‘청신호’

장세욱 부회장은 장세주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추가 사업 구조조정,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며, 그룹 경영의 구원투수로 등판해 내실경영을 진두지휘했다.

우선 수익성이 좋지 않은 선박 건조에 쓰이는 두께 6밀리미터(㎜) 이상의 두꺼운 철판인 후판 대신 영업이익을 높일 수 있는 봉형강과 컬러강판 사업을 중심으로 개편 작업에 나섰다.

장 부회장은 대표 부임 이후 2개월 만인 2015년 8월1일부로 연산 190만톤(t) 규모의 포항 후판2공장 운영을 중단했다.

동국제강은 후판 대신 고급 건축 내·외장재용 프리미엄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LUXTEEL)’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영업이익을 끌어올리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동시에 브라질 CSP제철소(Companhia Siderúrgica do Pecém, 뻬셍철강) 정상화 작업에 착수했다. CSP제철소는 동국제강이 30%, 브라질의 발레(Vale)가 50%, 포스코가 20% 투자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동국제강은 앞서 지난 2001년부터 브라질 고로 사업 진출을 위해 민간 기업의 문을 두드렸다. 이후 지난 2005년 브라질 북동부 세아라주에 투자를 시작했고, 2007년부터 브라질의 세계 최대 철광석 공급사인 발레와 철광석·석탄을 원료로 쇳물을 생산하는 설비인 고로에 대한 사업 합작에 합의했다. CSP제철소는 지난 2012년 착공에 들어간 뒤 2016년 6월 가동을 시작했다.

2017년에는 CSP 제철소에서 생산된 슬래브를 당진공장에 들여왔다. 슬래브는 고로에서 나온 쇳물을 식힌 뒤 만들어내는 널빤지 모양의 철강 반제품이다.

동국제강 브라질 CSP 제철소 전경. (사진=동국제강)
동국제강 브라질 CSP 제철소 전경. (사진=동국제강)

이에 따라 동국제강은 숙원사업이었던 쇳물부터 최종 제품까지 생산하는 모든 공정을 갖춘 일관제철소의 꿈을 달성했다.

CSP제철소는 지난 2017년 3억2600만달러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2018년 매출 15억8900만달러, 영업이익 1억6400만달러를 기록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동국제강은 지난 2014년 산업은행과 맺었던 재무구조개선 약정도 2년 만인 2016년 6월 조기 졸업했다.

이 같은 성과는 수익성 위주의 포트폴리오 변신의 성공적인 안착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9월 말 기준 동국제강의 사업별 매출 비중은 봉형강 41.3%, 컬러강판 14.2%, 도금강판 11.7%, 후판 11.4% 등이다. 지난 2015년 매출 비중은 봉형강 33.1%, 컬러강판 10.9%, 후판 13.8%였다.

동국제강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연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이 18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6% 상승했다. 당기순손실도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388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2374억원과 비교해 큰 폭의 개선을 이뤘다.

◇수익성 증대 지속…원만한 노사 관계 회사 발전 동력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사진=동국제강)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사진=동국제강)

동국제강은 내년에도 컬러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 증대를 지속할 방침이다.

동국제강은 지난 12월6일 박동호 인터지스 부사장 영입 등 2020년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하며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비하고, 내실 경영 기조 유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IT 계열사인 디케이유엔씨는 신규 성장동력의 사업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네트워크(Network) 사업실’을 신설했다.

회사의 이 같은 경영위기 타개 노력은 근로자들의 협력도 큰 영향을 미쳤다.

동국제강 노동조합은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난 1994년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한 이래 무교섭 임금협상과 무파업을 지금까지 유지해 왔다. 이 같은 노사협력을 바탕으로 외환위기 당시에도 정리해고 등의 구조조정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규 동국제강 노조위원장은 지난 12월13일 고용노동부로부터 상생협력의 노사 문화 구축의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을 받기도 했다.

장세욱 부회장은 올해 7월 창립 65주년 기념식에서 “목표를 향한 도전은 오를 산을 결정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며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등산의 기술, 주변 경관을 즐기며 내려오는 하산의 기술처럼 업무에서도 일하는 방식의 최적화가 필요하다”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selee@shinailbo.co.kr